일본 총선 자민당 안정 과반 획득...기시다 총리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 확보

박은하·김윤나영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일 자민당 본부에서 선거결과 평가와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일 자민당 본부에서 선거결과 평가와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전체 465석 중 과반을 넘는 261석을 얻으며 선전했다. 대안 야당의 부재 속에 자민당 1강 체제는 여전히 건재했으며, 야당 중에서는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약진했다. 취임 한달 만에 치러진 시험을 무난하게 통과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안정적 국정운영의 기반을 확보했다.

기시다 총리는 1일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어려운 선거였지만 계속 자민·공명당 정권의 안정된 정치 아래에서 이 나라의 미래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민의가 나타났다”며 “이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정권과 의회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노선’에 국민의 승인을 확인한 만큼 준비해 온 구상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자민당, 절대안정다수 확보 배경은

기시다 총리는 선거가 치러진 전날 밤만 해도 표정이 어두웠다. NHK는 투표 종료 이후 “자민당이 212~253석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자민당은 261석을 획득해 단독과반(233석)을 넘어서 ‘절대안정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여당이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거 전의 276석보다 15석 줄었지만 단독 과반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보다는 양호한 경과였다. 공명당(32석)과 합하면 연립여당의 의석은 전체의 3분의 2(310석)에는 조금 못미치는 293석이 된다.

일본 총선 자민당 안정 과반 획득...기시다 총리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 확보

자민당의 승리 배경에는 기시다 내각의 컨벤션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기가 떨어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물러나고, 기시다 총리가 새 얼굴로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에 돌입했던 전략이 유효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신규확진자가 급감한 것도 지지율 회복에 기여했다.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워 임금인상을 강조하고, 경제회복을 위한 수십조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 등 5개 언론사의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유권자의 42%, 20대 유권자의 47%가 비례대표에서 자민당에 투표했다. 50대는 35%, 60대는 33%가 자민당에 투표해 연령이 올라갈수록 자민당 지지율은 다소 낮아졌다. 아사히신문은 “2014년과 2017년선거부터 젊은층의 자민당 지지세가 두드러진 흐름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저조했던 야권연대 효과, 세대교체 열망도

반면 야당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며 자민당에 맞섰던 5개 야당의 의석은 131석에서 121석으로 줄어들었다. 제 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10석에서 14석 줄었다. 반면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는 11석에서 41석으로 의석수를 4배 가까이 늘리며 공명당을 제치고 제 3당으로 부상했다. 자민당이 잃은 의석 일부가 일본유신회로 흡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유권들은 여전히 야당을 자민당의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념이 다른 정당 간 ‘야권공투’의 시너지도 크지 않았다.

자민당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선거구에서는 파벌 정치와 부패에 대한 심판 흐름도 보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부총재와 더불어 ‘3A’로 불리며 기시다 내각을 ‘아베 정권 시즌3’라고 불리게 한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은 지역구에서 패했으나 비례대표 석패율 제도를 통해 부활했다. 현직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에서 패배한 것은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 외에도 와카미야 겐지 엑스포 담당상, 히라이 다쿠야 전 디지털 담당상, 사쿠라다 요시타카 전 올림픽 담당상 등 전·현직 내각 인사들이 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막후에서 기시다 총리 당서에 공헌한 ‘올드보이’들의 퇴장은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시다호 일본, 향후 행보는

이번 선거에서는 코로나19 대응 문제뿐 아니라 격차 해소를 위한 경제 정책,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 등 외교안보 정책이 주요 쟁점이었다. 총선 선전으로 기시다 총리의 주요 정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의 간판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베노믹스의 기본 축을 유지하되 양극화 심화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자민당 강경파들이 추진하는 외교안보 정책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은 총선 공약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2%까지 방위비 증액, 적 기지 공경능력 보유 등을 제시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이들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자민당은 절대안정다수(261석)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단독으로도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또 자민·공명당과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이른바 개헌 세력의 전체 의석은 개헌 발의 가능 의석인 3분의 2 이상을 유지했다.

선거 결과에 한숨 돌린 기시다 총리는 외교 일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리 업무에 착수했다. 그는 영국 에든버러로 날아가 2일(현지시간)부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다. 기후 이슈를 필두로 국제사회에서 활약하는 일본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 자민당의 국제정책 구상이다. 세계 지도자 국가로 거듭나려면 방위비 지출 등을 억제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진다. 기시다 총리는 “필요하다면 일본유신회와도 제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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