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재건에 중국 ‘큰손’ 주목

최민영 기자

카다피 - 반군 사이서 ‘양다리 외교’ 전력 불구 서방보다 자금력 유리

반 년간의 내전을 마무리짓는 리비아는 ‘재건’이라는 큰 과제를 맞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1000억달러(108조원)가 넘는 비용과 재건인력의 조달이다. 물자와 인력 카드를 모두 쥔 중국이 ‘큰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비아 원유개발에 투자해온 중국이 경제적 이익 확보를 위해 거침없는 자원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신들은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서 중국의 입지가 좁다고 보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반군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편 탓이다. 지난 2월 내전 발발 당시부터 반군을 적극 지원해온 서방과 달리 중국은 카다피 정권을 지지했다. 그러다 반군이 유리해지자 대표를 베이징에 초청했고, 전황이 완전히 기운 22일에서야 리비아 반군세력의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를 합법정부로 인정했다.

<b>반군 과도국가위, 재건 청사진 있나</b> 리비아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의 2인자인 마무드 지브릴(오른쪽에서 세번째)이 23일 카타르 도하에서 반군의 트리폴리 점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도하 | AP 연합뉴스

반군 과도국가위, 재건 청사진 있나 리비아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의 2인자인 마무드 지브릴(오른쪽에서 세번째)이 23일 카타르 도하에서 반군의 트리폴리 점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도하 | AP 연합뉴스

반군 측은 이 같은 중국의 행보가 못마땅한 눈치다. 반군 측 석유회사인 아고코(Agoco)의 대변인은 “우리는 이탈리아·프랑스·영국 등 서방국가들과는 문제가 없지만, 러시아·중국·브라질과는 정치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22일 발언했다. 카다피 정권과 체결한 해외 기업의 계약에 부정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188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리비아에 석유개발과 사회기반시설을 깔면서 펼친 자원외교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전체 원유 수입량의 50% 이상을 중동·북아프리카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 리비아는 사우디아라비아·이란에 이은 3위 석유 수입국이다.

리비아에 투입된 중국의 인력도 상당하다. 지난 2월 내전 발발 당시 리비아에서 소개된 중국인은 3만5000명에 달해 ‘중국군 사상 최대 규모의 소개작전’이란 얘기도 나왔다. 이들은 귀국하지 않고 리비아가 안정될 경우 즉각 투입을 기다리며 인접국가들에서 대기 중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전문 사이트인 차이나사인포스트의 게이브 콜린스는 “중국 당국이 리비아 민중을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중국에 상황이 크게 불리하지 않다. 외자유치가 새 정부에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말했다. 중국은 세계 자원외교에서 막대한 규모의 ‘느슨한’ 차관을 제공하며 까다로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을 제치고 제3세계의 환심을 사왔다.

게다가 서방은 대규모 재건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마땅찮다. 카다피 정권을 전복하는 데 군사적으로 지원한 서방국가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재건비용으로 이미 막대한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게다가 세계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의 위기에 선 상황에서 각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재정을 펴며 허리끈을 졸라맨 상태다.

리비아가 이라크처럼 유전개발권을 외국에 팔아 재건비용을 대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리비아의 유전은 장기간 경제제재로 탐사가 미진한 데다, 알려진 원유매장량도 이라크보다 적다.

원유수출을 통한 수익도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리비아의 현 원유생산량은 하루 6만배럴로 평상시의 160만배럴에 크게 못 미친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라크·베네수엘라·러시아 등의 사례로 볼 때 온건한 정권교체라 하더라도 감소한 원유생산량이 이른 시일에 회복되지 않는다고 23일 전했다. 석유사학자인 대니얼 예르긴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시기에 원유시설 운영은 복잡한 업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피하고 싶은 상황은 반군이 그간 군사적으로 연합해온 서방과 별도 협상을 만들어 중국이 배제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신들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을 통해 리비아 사태를 논의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선단양(瀋丹陽) 대변인은 24일 “리비아가 이른 시일 내에 안정을 회복하길 바라며, 중국은 리비아 재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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