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안정' 차드에 손내민 프랑스…속셈은?

윤기은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첫번째)이 23일(현지시간)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서 열린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의 국장에 참석하고 있다. 은자메나|로이터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첫번째)이 23일(현지시간)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서 열린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의 국장에 참석하고 있다. 은자메나|로이터연합뉴스

반군 세력을 물리치고 30여년간 집권해온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며 정국이 불안정해진 차드의 새로운 정부에 프랑스가 손을 내밀었다. 프랑스는 평화를 위해 차드정부와 반군 간 갈등에 개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면에는 차드 정부와 결탁해 천연자원 사업권을 얻고, 이슬람 무장단체의 남진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차드 수도인 은자메나의 나시옹 광장에서 열린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의 국장에 참석해 “평화로운 차드를 만들기 위해 프랑스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는 오늘이든 내일이든 차드의 안정과 통합을 위협하는 세력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군부에 의해 임명된 데비 대통령의 장남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 정권과 손을 잡고 반군들을 견제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풀이된다.

이드리스 데비 당시 차드 대통령이 2015년 5월29일(현지시간) 아부자에서 열린 무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아부자|AP연합뉴스

이드리스 데비 당시 차드 대통령이 2015년 5월29일(현지시간) 아부자에서 열린 무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아부자|AP연합뉴스

차드에 정치·안보적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 것은 ‘철권통치’를 통해 수차례의 반군 공격과 쿠데타 시도를 잠재운 데비 대통령이 지난 20일 전쟁터에서 숨지면서다. 쿠데타를 벌여 1991년 공식 취임한 데비 대통령은 숨지기 전날 자신의 6선 연임이 확정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군 ‘차드 변화와 화합을 위한 전선’(FACT)이 대선일이었던 지난 11일 차드를 침공한 이후 수일간 교전이 계속됐다. 데비 대통령은 당선 축하 행사 대신 격전지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부상당해 사망했다.

차드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내전이 계속됐다. 데비 대통령이 집권하던 당시에도 남부에서는 기독교 세력이, 북부에서는 또다른 무슬림 세력이 그의 자리를 노리며 전쟁을 벌여왔다. 차드 군부는 데비 대통령의 아들이자 차드 임시 군사 협의회를 이끄는 마하마트 육군 대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급히 임명했지만, 정국 혼란을 틈타 반군세력들이 차드 정부를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가 대혼란을 겪고 있는 차드 정부에 손을 내민 데는 차드의 안정뿐 아니라 천연자원 사업권이란 이권을 얻으려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국들은 일대일로 사업을 앞세워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에 맞서 최근 경쟁적으로 아프리카 내 천연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도 2019년 모잠비크에서 진행되는 아프리카 최대 민간 투자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사업권을 따냈으며, 지난 12일에는 우간다와 유전 개발 협정을 맺었다. 차드에도 원유 10억배럴을 포함해 금, 우라늄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 돼 있으며, 차드 정부가 천연자원 개발 사업 입찰권을 쥐고 있다. 데비 대통령은 중국 화신에너지공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석유 시추권을 넘겨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차드. 구글 지도 캡쳐

차드. 구글 지도 캡쳐

반 이슬람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프랑스가 아프리카 내 이슬람 무장단체의 영향력 확장을 막기 위해 차드 정부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단, 리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차드는 보코하람,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세력이 아프리카 대륙을 남진하기 위한 길목에 있다. 로이터통신은 “차드는 이슬람 무장단체와 싸우기 위한 프랑스의 핵심 동맹국”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가 차드에 개입하면 반군과 차드 정부 간의 내전이 국제전으로 번져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966년 당시 무슬림 세력과 기독교 세력이 차드 내에서 권력 다툼을 벌일 당시 리비아는 차드의 무슬림계 반군 세력을, 프랑스는 기독교 진영의 당시 차드 정권을 지원했다. 프랑스는 자국의 이익과 이슬람 견제를 위해 데비 대통령의 인권침해에 눈감았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차드의 야당이 프랑스 개입과 불법 정권 이양에 반발해 내분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은 부통령이 맡아야 한다. 차드 야권 인사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장례식 연설 직후 성명문을 통해 “불법 정권 이양을 규탄한다”며 “프랑스는 차드 내정간섭을 멈춰라”고 항의했다.

[관련기사] 데비 차드 대통령, 6선 연임 확정 직후 전쟁터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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