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의문사’ 1주기 곳곳 충돌…인명피해 이어져

김서영 기자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돼 숨진 마흐사 아미니(사망 당시 22세) 1주기를 맞아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이란 정부의 탄압으로 피해를 본 이들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돼 숨진 마흐사 아미니(사망 당시 22세) 1주기를 맞아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이란 정부의 탄압으로 피해를 본 이들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돼 숨진 마흐사 아미니(사망 당시 22세) 1주기를 맞아 이란 각지에서 저항이 일어났다. 이란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며 인명 피해도 뒤따랐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란와이어에 따르면, 이날 이란에서는 아미니 1주기를 기념하는 시위가 수도 테헤란과 아미니의 고향인 쿠르디스탄 세키즈와 사난다지 등을 비롯해 이스파한, 카라지, 카르차크, 타브리즈 등에서 일어났다.

쿠르드계 이란 여성 아미니는 지난해 9월16일 히잡 착용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가 조사받던 중 의문사했다. 이후 이란 전역에 거세게 번진 대규모 시위는 정부의 강경 진압 탓에 최근 소강상태에 빠졌지만, 1주기를 계기로 다시 산발적 시위가 이어진 것이다.

이란 시민들과 인권단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과 사진을 보면, 시위대가 ‘이슬람 공화국에 죽음을’, ‘독재자에게 죽음을’, ‘우리는 이란을 되찾을 것이다’ 등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이 총을 쏘자 시위대가 달아나는 장면도 있었다.

반정부 성향 매체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체포된 시위대는 최소 160명이다. 경찰서 바깥을 포착한 사진에는 체포된 이들의 가족이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란 국영 언론은 “자살 공격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를 포함해 테러리스트 수십명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시위대 중에는 15세 소년도 있다고 알려졌다.

인명 피해도 이어졌다. 이날 사난다지에서 한 남성이 혁명수비대가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고 이란와이어는 보도했다. 이란와이어는 소식통을 인용해 혁명수비대가 병원에 주둔하고 있으며, 이 남성의 사망 원인이 ‘거리 싸움’으로 분류됐다고 전했다.

하루 전인 지난 16일에는 세키즈에서 한 남성이 보안군의 총격으로 머리를 다쳐 뇌사 판정을 받았다. 시위를 진압하던 바시즈 민병대도 괴한의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히잡 시위를 진압하다 사망한 보안군의 가족들을 만났다. EPA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히잡 시위를 진압하다 사망한 보안군의 가족들을 만났다. EPA연합뉴스

카르차크 여성교도소에서도 소동이 일어나 부상자가 발생했다. 쿠르드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일부 수감자들이 아미니 1주기를 맞아 시위를 계획하던 도중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수감자들이 침대와 옷을 불태웠다는 당국의 주장과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이 났다는 수감자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교도관들이 수감자를 구타했으며 내부에서 총소리 수십발이 들렸다는 전언이 나왔다. 이 사태로 인해 부상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1주기 전후로 이란 정부는 주요 도시와 쿠르디스탄에 진압 인력을 대대적으로 배치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아미니의 고향 세키즈에서는 중무장한 군대와 헬리콥터가 광장과 대학가 감시에 나섰다. 아미니의 가족들은 일시 구금됐다 풀려나는 등 집중 탄압을 받았다.

이란 정부는 아미니 1주기에 별도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히잡 시위가 서방과 테러리스트 매체의 공작 탓이라는 기존 태도를 이어갔다. 지난 16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히잡 시위를 진압하다 숨진 보안군의 유족을 만나 위로를 전달했다. 그는 “이란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적의 프로젝트가 부끄럽게 실패한 것을 환영한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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