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조율’된 공격? “이란, 피해 최소화·볼거리 극대화 전략 취해”

선명수 기자

공격 72시간 전 주변국 등에 사전 통보

대비할 시간 벌어줘…공격 방식도 수위조절

공은 다시 이스라엘에···대응 방식 따라 확전 기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방공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방공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응은 해야 하지만 확전은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던 이란이 지난 13~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단행했지만 공격 방식에 있어 상당히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이 폭격을 받은 뒤 열흘 넘게 시간을 끌다가 단행한 이번 작전이 체면을 차리기 위한 ‘형식적인 보복’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이쯤에서 분쟁을 중단하길 원하는 모양새지만,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에 따라 확전의 불씨는 살아 있다.

그간 대리 세력을 통한 ‘그림자 전쟁’을 치러왔던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자국 영사관을 폭격당한 이란이 이스라엘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중동지역 강국으로서 입지를 재확인하는 등 무력을 과시해야 하지만, 동시에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라는 ‘뒷배’를 두고 있는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이란에도 부담이었다. 이란은 이런 점 때문에 영사관 폭격 사태 이후에도 줄곧 “확전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보복 공격에서도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 72시간 전 주변국과 미국 등 이스라엘의 동맹국들에 공격 계획을 사전 통보하는 등 공격에 대비할 시간도 벌어줬다.

이란이 민간인이 밀집한 이스라엘 주요 도시가 아닌 인적이 드문 네게브 사막의 군사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 이스라엘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공격했다는 점도 수위 조절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 결과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의 99%는 격추됐다.

미 CNN은 “이는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볼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로 계획된 작전”이라며 “이스라엘과 그 협력국들이 방어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5시간의 작전은 ‘끔찍한 불꽃놀이’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제재 이후 이란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점,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으로 이란 국민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는 점도 이란이 선뜻 전면전에 뛰어들기 부담스러운 이유다. 이날 공격 직후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이번 사태는 이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사실상 공격 종료를 선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카네기중동센터의 마하 야흐야 소장은 “이란이 대리 세력에 의존하지 않은 채 전의를 불태운 첫 공격이지만, 그들은 공격을 충분히 사전 예고했고 드론과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토에 도달하기 전 격추될 수 있다는 것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란의 이번 공격이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군에 의해 암살됐을 당시 대응 방식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은 보복 10시간 전 미국에 사전 경고를 한 뒤 이라크 내 미군시설 등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고, 미국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도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서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CNN은 “이란은 자신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더 몰두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공이 이스라엘에 넘어갔다는 점이다. 확전의 키를 쥔 이스라엘의 재반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선다면 이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그간 가자지구 전쟁에서 번번이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온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이란 영사관 공격도 미국에 알리지 않은 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내각 내 극우 강경파의 입김이 커지고 있는 것도 전면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반면 이스라엘이 미국의 압박을 수용해 보복에 나서지 않거나 이란에 큰 타격이 없는 형식적인 대응만 할 경우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전면전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평화연구소 중동 및 북아프리카센터 부소장인 모나 야쿠비안은 “이스라엘 민간인이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승리를 주장하고 벼랑 끝에서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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