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슬람 들쑤신 ‘무함마드 만평’

남지원 기자

일부 국가 “판매 금지”… 서구와의 분열 가속화

파리 테러의 후폭풍이 서구와 이슬람 문화권을 더욱 분열시키고 있다. 무함마드 만평을 1면에 게재한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가 불씨가 됐다. 프랑스와 서구권에서 신문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동안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은 새 무함마드 만평을 격렬히 비난했고, 신문에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테러의 진원지인 프랑스에서도 무슬림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슬람권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만평을 비판했고, 일부 국가는 신문 판매를 금지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종교를 공격하는 해외 출판물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총리에게 부여했다고 현지 일간 알아흐람이 14일 보도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터키도 무함마드 만평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터키 남부 디야르바키르 지방법원은 무함마드 만평을 전재한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전날에는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판을 발간한 터키의 좌파성향 매체 줌후리예트의 운송트럭을 경찰이 급습해 무함마드 만평이 실렸는지 확인하는 일도 벌어졌다. 세네갈은 샤를리 에브도뿐 아니라 무함마드 만평을 실은 프랑스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판매도 금지했다. 이날 프랑스에서는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300만부가 모두 팔려나갔다. 경매사이트에서는 웃돈을 주고라도 신문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영국 무슬림 단체들이 “분노는 이해하지만 격하게 반응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하고, 수니파 학문의 구심점인 이집트 알아즈하르 대학이 “그런 불쾌하고 하잘것없는 만평은 무시하자”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주류의 목소리는 아니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등 이슬람권 국가들은 무함마드 만평 게재가 이슬람 문화권을 도발하고 모욕하는 일이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프랑스에 사는 무슬림들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조롱과 모욕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파리의 운송노동자 무함마드 비나크단은 “우리 무슬림보다 강한 그들은 늘 우리를 조롱한다. 샤를리 에브도도 그들 중 하나다. 높은 실업률과 빈곤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남은 것은 종교뿐”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한편 파리에서는 테러범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코미디언이 테러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돼, ‘표현의 자유’를 논하던 프랑스 당국이 이중잣대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반유대주의 범죄 전력이 있는 코미디언 디외도네 음발라 음발라는 페이스북에 “나는 샤를리 쿨리발리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썼다가 체포됐다. 이 말은 테러 희생자에게 연대하는 뜻으로 사용되는 구호 ‘나는 샤를리다’에 식료품점 인질극으로 유대인 4명을 살해한 아메디 쿨리발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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