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죽이는 무기 팔면서 예멘에 ‘구호금’ 생색내는 영국

장은교 기자

영국 국제개발부(DFID)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지난해와 올해 총 8500만 파운드(약 1463억원)를 지난해 1월 내전 발발 후 고통받고 있는 예멘 민간인들의 긴급구호자금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27일, 가디언은 “영국은 지난해 1~9월까지 29억5000만 파운드(약 5조 782억원)의 무기를 사우디아라비아에 팔았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예멘인들을 위해 구호자금을 낸다고 했지만 실상은 ‘가해자’들에게 무기를 팔면서 ‘피해자’들을 위해 수익 일부를 생색내듯 지원한 것이다. 세계의 분쟁·내전을 비난하면서, 뒤에서는 무기를 팔아 돈을 챙기는 서방 무기수출국들의 이중적인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예멘 수도 사나의 시민들이 25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사나/AP연합뉴스

예멘 수도 사나의 시민들이 25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사나/AP연합뉴스

가디언은 유엔 산하 조사위원회가 지난주 안보리에 제출한 사우디의 예멘 공습에 대한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사우디는 예멘의 민간인 거주지를 대상으로 공습을 실시했다”며 “민간인 마을과 시장, 학교, 버스, 시장, 음식창고, 사원 등을 목표로 삼고 미사일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예멘에서 실시한 공습 중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반인도적 공습은 조사위가 확인한 것만 119건에 이른다.

사우디는 지난해 3월 “쿠데타로 대통령을 몰아낸 시아파 후티 반군을 공격한다”는 명분으로 공습을 시작했지만, 민간인 사망자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엔은 사우디가 공습을 시작한 후 8000명이 사망했고 그 중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2795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1월 예멘의 국경없는 의사회 시설이 폭격당한 것도 사우디 연합군의 소행인 것으로 의사회는 보고 있다.

영국은 이런 사우디에 많은 무기를 팔아 이득을 보고있다. 영국에 기반을 둔 단체인 ‘무기거래금지캠페인(CAAT)’ 조사자료를 보면 영국은 지난해 사우디에 사상 최대규모인 5조원대의 무기를 팔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취임한 이후에만 70억 파운드(약 12조 507억원)의 무기를 사우디에 수출했다.

“사우디에 무기 수출 중단하라 ” 영국의 무기거래금지캠페인(CAAT·Campaign Against Arms Trade) 홈페이지 캡쳐

“사우디에 무기 수출 중단하라 ” 영국의 무기거래금지캠페인(CAAT·Campaign Against Arms Trade) 홈페이지 캡쳐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와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이날 사우디와 영국의 무기 거래커넥션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같은 날 하원에 출석해 “유엔 보고서를 읽어보겠지만, 영국의 무기수출인증은 어떤 나라보다도 깐깐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2013년 국가가 잔혹행위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무기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무기거래금지조약(ATT)’에 서명했다. 영국 정부가 예멘의 민간인 살상에 쓰일 것을 알면서도 사우디에 무기를 팔았다면 조약 위반이다.

비정부기구 세이퍼월드의 폴 머피 국장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영국은 한 손으로는 예멘에 지원금을 주면서 다른 손으로는 예멘 파괴를 돕고 있다”며 “영국 정부의 예멘 정책은 엉망진창”이라고 비판했다. 유엔은 예멘 인구의 82%인 2120만명이 긴급구호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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