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브렉시트 협정 비준...영국 31일 EU 탈퇴

정원식 기자
유럽의회 의원들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로파 빌딩에서 영국의 EU 탈퇴를 아쉬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의회 의원들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로파 빌딩에서 영국의 EU 탈퇴를 아쉬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의회가 29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협정(브렉시트 협정)을 비준했다. 브렉시트에 필요한 마지막 절차인 유럽의회 비준이 완료됨에 따라 영국은 예정대로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 유럽시간으로는 31일 자정 EU를 탈퇴한다.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3년 7개월 만이다. EU 회원국 중 EU를 탈퇴하는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유럽의회는 찬성 621표, 반대 49표, 기권 13표로 브렉시트 협정을 통과시켰다. 앞서 영국 의회는 지난 23일 EU 탈퇴협정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영국은 EU를 탈퇴하는 첫 회원국으로 기록된다. 영국은 1957년 창설된 EU의 전신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했다.

이날 유럽의회 의원들은 서로 손을 잡고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을 불렀다. 일부 의원들은 감정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표결에 앞서 “이별의 고통 속에서만 우리는 사랑의 깊이를 본다. 우리는 항상 그대들을 사랑할 것이고 그대들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라는 19세기 영국 작가 조지 엘리어트의 말을 인용하며 영국의 EU 탈퇴를 아쉬워했다.

2월1일부터 당장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영국과 EU는 12월31일까지 11개월 동안 이행기간을 거치기로 했다. 이 기간 중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서의 발언권은 없지만 예산 분담 등 기존의 의무는 계속해야 한다. 영국 시장에 대한 EU의 규제도 그대로 적용된다. 각기 EU와 영국에 거주하는 영국민과 EU 시민들의 체류 자격도 유지된다.

브렉시트 이후 관건은 향후 11개월 동안의 미래관계 협상이다. 미래관계 협상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무역, 안보, 이민, 외교정책, 교통 등을 망라한다. 그 결과에 따라 2021년 영국과 EU의 이익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지난 3년여간 진통을 거듭한 영국의 탈퇴 조건에 대한 협상보다 더 어려운 협상이 될 전망이다.

영국은 EU의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서 “무관세, 무쿼터를 사수하는 것”이 목표다. 반대로 EU는 영국이 EU의 규제를 수용하지 않으면 무관세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우리 기업들을 불공정한 경쟁에 노출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입장에서는 영국과의 무역협정이 EU 27개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약점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 같은 EU의 분열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브렉시트는 “실패이자 교훈”이라면서 미래관계 협상에서 영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EU는 11개월 동안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환기간 연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존슨 총리는 이미 EU 탈퇴협정법에 전환기간 연장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만약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영국과 EU는 올해 말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사실상의 ‘노딜 브렉시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양측의 협상은 오는 3월3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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