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휴교 탓…가정폭력에 더 노출된 아이들

이윤정 기자

학교의 ‘감시’ 기능 사라져

아동학대 잘 드러나지 않아

뉴욕 작년보다 신고 51% 줄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아동학대 피해 사례가 전 세계에서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휴교 등으로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아이들이 더 쉽게 가정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집 안으로 은밀하게 숨어든 학대는 아이가 죽거나 심하게 다친 뒤에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 등 독일 현지 언론들은 지난 6일 헤센주 뮌스터 외곽의 여름별장용 오두막에서 아이들 3명이 심하게 학대받은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범행을 주도한 27세 남성은 여자친구의 10세 아들, 12세 조카,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다른 부부의 5세 아들을 학대해 아동포르노물을 제작했다. 이 남성은 오두막 지하에 서버룸을 설치하고 500TB(테라바이트) 용량에 달하는 아동포르노물을 저장해 폐쇄형 인터넷 네트워크인 ‘다크넷’ 등에 돈을 받고 팔았다. 상황을 방치한 학대받은 아이들의 보호자를 포함한 11명이 범죄에 가담했다고 현지 경찰은 전했다.

비극의 징조는 이전에도 있었다. 몇 년 전 아동복지국 직원이 이 남성의 행각을 알아채고 신고했다. 하지만 가정법원은 아이의 엄마가 용의자인 이 남성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이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던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아이들에 대한 성학대가 몇 달 동안 오두막에서 계속됐지만, 이런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팬데믹 이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주로 학교나 아동케어센터에서 아이들의 이상징후를 포착해 신고해왔지만,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이런 ‘감시’의 시선이 사라진 것이다. 뉴욕에서는 학교가 문을 닫은 지난 8주간 아동학대 신고가 627건에 불과했는데 이는 2019년 동기 대비(1374건) 51%가 줄어든 수치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신고 건수가 94%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신고가 줄어들면서 더 심한 학대가 집 안으로 숨어들었다. 매우 위험한 징조”라고 했다.

폭행이 조기 발각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심각한 상태로 발견되거나 아예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NYT에 따르면 뉴욕의 한 가정에 위탁됐던 8세 아이가 손목이 부러진 채로 병원에 실려왔다. 위탁모가 봉쇄조치가 이어진 두 달 내내 아이의 팔다리를 침대에 묶어놓는 등 학대했기 때문이다. 마약에 빠진 한 엄마는 집에 불을 질렀고, 두 아이는 화재 속에서 구조됐다. 알코올 중독 엄마가 11세, 4세 아이들이 냉장고에서 음식을 훔쳐먹는다며 학대하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봉쇄조치가 해제된 뒤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치솟았다. 학교가 문을 열면서 그동안 숨겨졌던 학대 사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아동국의 국장 그래니 모스는 “그동안 감시망에 없던 가정에서도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며 “팬데믹으로 가족들이 집에 함께 있으면서 마약·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학대하는 일이 빈번해졌다”고 했다. 도이체벨레는 “코로나19 사태로 아동학대도 팬데믹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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