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홍콩 반환 전 출생 홍콩인에 이민 확대…중국 “내정 간섭” 반발

이종섭 기자

‘홍콩보안법’에 반발해 최소 30만명, 영국행 가능성

영국 정부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서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진 홍콩인들에 대한 이민 확대 정책을 시작했다.

최소 30만명 이상의 홍콩 시민들이 영국행을 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이 BNO 여권을 여행과 신분 증명서류에서 제외하는 등 양국 간 마찰이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31일(현지시간)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을 대상으로 특별비자 발급 절차를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시작된 특별비자 발급 제도는 지난해 6월30일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영국 정부가 이민법을 개정해 새롭게 만든 것이다.

그동안 BNO 여권 소지자는 영국에 최대 6개월까지만 체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비자를 발급받아 5년 동안 영국에 거주할 수 있고 이후 1년이 지나면 시민권도 취득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이 홍콩에서 반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을 시행하자 영국 정부가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며 시행을 예고했던 조치다. 영국은 홍콩보안법은 양국이 1984년 채택한 홍콩 반환에 관한 공동성명 위반이라고 비판해왔다. 50년 동안 홍콩에서 ‘일국양제’를 유지하며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기로 했던 약속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BNO 여권은 영국이 홍콩 반환 시점인 1997년 이전에 태어난 홍콩인들에게만 발급하는 특수 여권이다. 현재 이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은 73만여명이다. 하지만 추가 신청 자격이 있는 홍콩인이나 그 가족을 포함하면 홍콩 인구의 약 70%에 해당하는 540만명 정도가 BNO 여권 신청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홍콩보안법 시행 후 지난 6개월간 BNO 여권 신청률은 300% 이상 뛰어올랐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 탄압 등에 직면한 홍콩인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영국으로 이주한 한 홍콩인은 AFP에 “많은 홍콩인은 중국이 이민을 아예 막아버릴까 봐 걱정하고 있다”면서 “BNO는 홍콩인들에게 구명보트”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일단 향후 5년 내 30만명 이상의 홍콩인이 영국 이주를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제도 시행에 앞서 “우리는 영국과 홍콩이 소중하게 지켜온 자유와 자치권을 지지해왔다”며 “홍콩 BNO 여권 소지자들이 영국에서 살고,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도입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영국이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함부로 간섭했으며, 이번 이민 확대 정책은 홍콩인들을 영국의 2등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BNO 여권 소지자의 여행·신분 증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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