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땅과 땅 잇는 ‘해저터널’…끝없는 연결의 욕망

전병역 논설위원

바다 건너 육지와 육지를 이어보려는 인간의 욕망은 오래됐다. 배를 이용하다가 다리를 놓았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해저터널을 뚫었다.

대표적인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을 관통하는 유로터널이다. 1988년 착공해 1994년에 개통했다. 당시 유럽연합(EU) 통합 분위기와 맞물린 사업이다. 총연장 길이 50.4㎞, 해저구간만 38㎞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다. 수심은 25~70m에 불과하다. 열차가 다니는 통로가 2개이고, 가운데는 보수와 안전관리용 터널이 별도로 있다. 유로터널의 원시적 구상은 알베르 파비에르라는 광산기술자가 1802년에 고안했다. 프랑스가 영국을 침략하는 수단으로 제안됐다. 당시 영국은 나폴레옹이 쳐들어오면 어쩌나 하며 굉장히 두려워했다고 한다.

일본은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세이칸터널을 1964년 착공해 1988년 개통했다. 당시 두 지역을 오가던 연락선의 침몰 사고로 안전 문제가 커지자 터널을 만들었다. 해저구간은 23.3㎞이고 최저 수심은 150m다.

국내에는 올해 말 충남 보령 대천항과 원산도를 잇는 6.9㎞의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될 예정이다. 차량용 해저터널로는 일본의 도쿄아쿠아라인(9.5㎞), 노르웨이의 봄나피오르(7.9㎞) 등에 이어 세계 5번째로 길다.

이 밖에 구상 중인 해저터널도 여럿 있다. 중국은 동북부의 낙후된 공업지구와 화동경제권, 환발해만을 연결하는 산둥~랴오닝 발해터널(123㎞)을 검토하고 있다. 또 대만과 본토를 연결하는 대만터널(122㎞), 하이난터널(30㎞)과 한·중터널(350㎞)까지 구상한다.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1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와 만나 사할린~홋카이도 간 소야터널(42㎞)과 사할린~러시아 본토 간 타타르터널(7㎞) 건설을 논의한 것으로 산케이가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가 점유한 북방 4개섬 반환이 전제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일본은 영국 런던까지 철로로 연결돼 ‘섬나라’를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스페인과 모로코가 서로를 잇는 지브롤터해협 터널(해저구간 28㎞)을 공동 건설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AP 보도가 2007년 3월 나오기도 했으나 그 뒤론 감감무소식이다.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베링터널도 거론된다. 통일교에서 구상한 것으로 시베리아~알래스카 약 102㎞ 구간을 상정한다. 베링터널이 뚫린다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에서 남미 칠레까지 이른바 ‘유라시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국제하이웨이가 실현될 수 있지만, 여느 해저터널처럼 경제성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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