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북한’ 된 벨라루스…비행기 강제착륙 후폭풍 불어닥쳐

윤기은 기자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아일랜드 민간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벨라루스 정부에 대해 국제 사회가 무더기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대통령의 독재가 28년째 이어지고 있는 벨라루스가 ‘유럽의 북한’으로 고립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24일(현지시간) 임시 정상회의를 열고 “벨라루스 여객기가 EU 역내 영공을 비행하거나, 공항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재안에 합의했다”며 “벨라루스 고위 관리들에게 추가 제재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EU 정상들은 역내 항공사에 벨라루스 상공 비행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라트비아 항공사 에어발틱 등은 이날 벨라루스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로 운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도 자국 항공사에 벨라루스 영공 비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그랜트 샵스 영국 교통장관은 트위터에 “벨라루스 항공사인 벨라비아의 영국 운항 허가도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벨라루스의 하늘길이 막힐 경우 유럽 항로가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U 국가들은 벨라루스 정부에 체포된 야권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와 함께 구금된 그의 애인 소피아 사페가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조만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여객기 강제 착륙과 관련한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는 자국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해 강제 착륙 사건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특히 라트비아는 벨라루스와 외교관을 맞추방 하는 사건으로 번졌다.

미 백악관도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뻔뻔한 모욕”이라며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을 넘어 지난해 8월 대선 이후 벨라루스의 인권상황 전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대로 가면 벨라루스는 ‘유럽의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언론인 블라디슬라프 다비드존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영공이 봉쇄되고, 벨라루스를 떠나는 외교관 행렬이 이어지면서 벨라루스 정부는 고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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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당국의 지시로 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한 라이언에어 여객기 앞에 공항 관계자들과 보안당국 인력이 몰려와 있다. 민스크|로이터연합뉴스

벨라루스 당국의 지시로 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한 라이언에어 여객기 앞에 공항 관계자들과 보안당국 인력이 몰려와 있다. 민스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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