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거대 글로벌 인프라 투자로 중국 '일대일로'에 맞불 놓는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카비스베이|AP연합뉴스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카비스베이|AP연합뉴스

영국 콘월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정면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G7 정상들은 중국의 비시장 경제와 인권 탄압에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이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도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주요 선진국들이 동조 수위를 높인 것이다.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을 이 필요로 하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출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들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40조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B3W 프로젝트에 대해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가치 주도의 수준 높고 투명한 인프라 파트너십”이라면서 기후변화, 공중보건, 디지털 기술, 평등 및 성평등 등 4개 분야에 대해 민간분야 자본을 동원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B3W 프로젝트가 남미와 캐리비안 연안국, 아프리카, 인도·태평양 등 전 세계를 초점으로 삼고 있다면서 각각의 G7 회원국들이 지정학적 동기는 다르지만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B3W 계획은 13일 막을 내리는 G7 공동성명에 포함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B3W 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출범시킨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육상·해상 실크로드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100개국이 넘는 나라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철도·항만·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수조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막대한 대출금을 제공함으로써 이 나라들을 부채의 함정에 빠트리고, 부패를 조장하는 등 민주주의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한다고 비판해 왔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구축한 국제질서를 대체하기 위한 중국의 기획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회의 참석을 앞두고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아닌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21세기 무역과 기술에 관한 규칙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보다 탄력적이고 국제적인 개발을 지원하는 물리적·디지털·보건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높은 수준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B3W에 대해 “이것은 단지 중국과 충돌하거나 대응하는 것만이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의 가치와 기준, 업무방식을 반영하기 위한 긍정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앞으로 몇 년간 미국 주도로 개발도상국에 수천억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면서 G7을 비롯해 생각이 같은 국가들과 더욱 강력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조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G7 국가들은 중국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뿐 아니라 중국의 비시장 경제와 인권 탄압 등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비시장 경제는 계획경제를 채택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저가의 덤핑 수출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서방국가들이 도입한 개념으로 비시장 경제로 판정할 경우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비시장 경제라는 서방국가들의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취재진과의 전화 회견에서 G7 정상회의 논의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중국과 관련해 “인권 탄압과 우리의 공유된 가치를 불러일으키는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침해를 언급하려는 의지의 측면에서는 만장일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3년 전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북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중국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매우 달라졌다고 말했다.

G7 공동성명에 중국의 비시장적 경제와 인권 탄압 등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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