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연례 총회 앞두고 미얀마·아프간 대사 지정 문제로 고심

박하얀 기자
데보라 라이언스 유엔 아프가니스탄 특사가 지난 9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영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 | 신화연합뉴스

데보라 라이언스 유엔 아프가니스탄 특사가 지난 9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영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 | 신화연합뉴스

유엔이 제76차 총회를 앞두고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의 유엔 대사 교체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임 대사 지명은 탈레반 정권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아프간 전 정부가 임명한 굴람 이삭자이 대사를 충성파로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이삭자이 대사는 앞선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탈레반을 정부로 인정하지 말고 유엔의 기존 제재를 이어갈 것을 촉구하는 등 탈레반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탈레반이 신임 아프간 대사를 임명하더라도 유엔이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엔은 그동안 테러리스트 단체로 지정된 탈레반을 제재해 왔다. 탈레반은 포용적인 정부를 구성하라는 유엔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엔 법무국에서 법무차관보를 지낸 래리 존슨은 “탈레반의 신임 대사 요청은 그들이 혐오적이고 불법적인 정책을 펼치고 안보리 요구에 불응하는 등의 이유로 거부될 수 있다”고 미국 안보전문매체 저스트시큐리티에 말했다.

미얀마의 유엔 대사 자리를 두고는 축출된 전 정부와 군부가 서로 정당한 대표라며 대립하고 있다. 양쪽은 자신들이 임명한 유엔 주재 대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달라며 유엔총회 자격심사를 요청한 상태다.

군부는 지난 2월27일 유엔총회에서 쿠데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캬우 모 툰 대사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 외교부장관은 5월12일 그의 후임으로 우 아웅 투레인 대사를 유엔 사무총장에게 공식 통보했다. 그러자 반군부측은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인도주의 단체인 ‘미얀마 책무성 프로젝트’와 협력해 군부의 조치가 합법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담긴 의견서를 유엔 자격심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단체의 인권 전문가인 데미안 릴리는 “유엔총회의 군부 신임장 수용은 군부정권이 탄압을 이어가는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와 탈레반이 대사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9개국으로 구성된 유엔 자격심사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위원회는 필요하면 투표를 통해 회원국들의 의견을 모을 수도 있다. 유엔 대사는 국제사회에서 각국 정부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각국 정부는 유엔 대사를 통해 총회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인권이사회 등 다양한 유엔 기관에 참석해 발언할 수도 있다.

NYT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유엔이 당장 14일 시작되는 이번 총회에서는 미얀마와 아프간의 대사를 교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리차드 고완 국제위기그룹 유엔 국장은 “자격심사위는 소위 창조적 지연이라고 부르는 일에 몰두할 것”이라며 “취약한 토대에 있기는 하지만 두 국가의 대사들은 당분간은 그 자리에 머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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