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미국 배송 땐 70일…물자 품귀에 ‘물가 폭등’ 경고등

윤기은 기자

전 세계 물류대란 심화

생필품서 자동차까지…공급 지연되며 비용 부담 급증
원자재 사재기 겹쳐 연말 상황 악화에 장기화 우려도

물류대란이 전 세계를 덮쳤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등 제조업부터 육류, 가공식품, 생필품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류대란이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물류 배송 지연 현상으로 미 생활용품 제조사 프록터앤갬블(P&G), 프랑스 식품업체 다논, 스웨덴 통신장비회사 에릭슨 등 다국적기업들의 물류 비용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공급망 위기에 따른 물류대란은 일부 기업들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의 고민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수입 물류의 40%가 오가는 로그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은 극심한 물류 정체 현상을 보였다. 발틱해국제해운협회(BIMCO)의 피터 샌드 분석가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물류를 보낼 때 걸리는 시간이 평균 약 2주에서 70일 정도로 늘었다고 BBC에 말했다. 영국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항에도 입항 대기줄이 늘어서면서 주변국 항구에 물품을 하역했다가 소형 선박으로 다시 영국으로 실어나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독일의 상공회의소협회는 지난 8월 독일 기업 43%가 공급망 마비로 매출이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물류대란의 배경에는 노동력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관련 부양책 등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상품을 실어나를 노동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장비 운전기사 교육 기업 세이지코퍼레이션의 크리스 트롭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전역에서 올해 약 10만명의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CBS에 말했다. 유럽 전역에선 약 40만명의 트럭화물기사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류업계 종사자들은 트럭 운전기사들에 대한 저임금과 열악한 대우로 젊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이 같은 구인난이 일어났다고 했다.

에너지난으로 공장이 멈춰 원자재와 부품 생산 속도가 느려진 점도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전 세계 제조업 기지로 불리는 중국 장쑤성과 저장성, 광둥성 등에서는 석탄 가격 상승으로 전력 사용이 제한돼 많은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마루티 스즈키도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제동이 걸렸다. 독일도 합판, 알루미늄 등 원자재 공급 부족에 시달려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물류 배송 지연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반영해 상품 가격을 올리면 물가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도 코로나19로 인한 노동력과 자재 부족으로 생필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물류대란 영향을 받아 고기, 계란, 우유 등 단백질류 가격이 대폭 오르는 프로틴플레이션 현상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물류대란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수조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으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재고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 등 연말연시 기념일에 수요가 폭증하는 데 더해 원자재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 물류 배송 지연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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