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타계 외신들 긴급 타전…"쿠데타 공모자이자 북방정책 이끈 인물"

윤기은 기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1990년 12월 14일 옛 소련 크레믈린궁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1990년 12월 14일 옛 소련 크레믈린궁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신들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을 26일(현지시간) 긴급 타전했다.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교도통신 등은 12·12 쿠데타 조력, 직선제 회복 뒤 첫 대통령, 뇌물수수로 인한 투옥 등 노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평가했다.

AP통신은 노 전 대통령을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만든 1979년 군부 쿠데타의 핵심 참여자”라고 소개했다. AP통신은 노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이 지휘하던 육군 사단을 이끌고 서울로 진입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1979년 쿠데타와 1980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대한 군사 진압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두 시기”라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노 전 대통령이 민주화운동 후 열린 첫 대통령 직선제 하에서 당선된 사람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AP통신은 군부 출신임에도 1987년 선거운동 기간 동안 자신을 ‘보통 사람’으로 칭하며 온건하고 다정한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당해 선거에서 김영삼 당시 대선 후보와 김대중 당시 대선 후보의 표가 갈라졌다는 점도 노 전 대통령의 당선 이유라고 전했다.

같은날 블룸버그통신은 노 전 대통령이 공산권 국가들과의 ‘북방 정책’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냉전 종식 후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을 때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북한, 러시아, 중국 등과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고 분석했다. 노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동안 북한과 불가침 합의를 맺었고, 이 합의는 남북이 공동으로 유엔 가입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패 혐의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퇴임 이후인 1995년 그가 재임 당시 비밀리에 비자금을 모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노 전 대통령은 반역과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불명예스럽게 정치 경력을 끝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도 노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을 전했다. 일본 공영 NHK방송은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시켜 성장하는 한국의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여당 대표였던 1987년 ‘민주화 선언’을 내놓아 군 출신이면서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1990년 5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국회에서 연설한 사실도 거론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 AFP통신과 중국 관영 영어뉴스 채널 CGTN,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통신 등도 전 대통령이 88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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