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비료’에 흔들리는 중국·스리랑카 동맹

김혜리 기자

유기농 국가 꿈꾸는 스리랑카

“중국산 비료서 병원균 검출”

대금 지급·수입 중단하기로

중, 블랙리스트 올려 맞대응

스리랑카가 중국에서 수입한 유기농 비료에 박테리아 등이 검출되면서 가까운 동맹국 사이인 두 나라가 외교 다툼을 벌이게 됐다고 BBC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초 완전 유기농 국가로의 전환을 꿈꾸며 지난 5월 모든 화학 비료 수입을 금지한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기업 ‘칭다오 시윈’으로부터 유기농 비료 9만9000t을 4970만달러(약 586억원)에 사들였다. 이 중 2만t을 실은 중국 선박 ‘히포 스피릿호’가 지난 9월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로 향했다.

문제는 스리랑카 국립식물검역원 과학자들이 비료 샘플에서 농작물 병해를 일으킬 수 있는 에르위니아 박테리아 등 병원균을 발견한 데서 시작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비료가 국민 생명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비료 대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칭다오 시윈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스리랑카 언론이 “독성” “쓰레기”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해당 기업과 중국 정부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800만달러(약 94억원)를 요구했다. 콜롬보 주재 중국대사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리랑카 국영 은행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히포 스피릿호는 스리랑카 해역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BC는 이를 두고 “칭다오 시윈이 화물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 분석했다.

스리랑카 측도 뜻을 굽히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스리랑카 정부는 히포 스피릿호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스리랑카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등 중국의 가까운 동맹국으로 평가받는 만큼 이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대응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스리랑카가 중국의 압력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일대일로 계획의 일환으로 타국에 수십억달러를 빌려줬는데, 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스리랑카가 중국의 ‘부채 덫’에 걸려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빌려 개발한 함반토타 항구는 적자에 시달리다가 결국 돈을 갚지 못해 중국에 99년간 운영권을 넘겼다.

양국 관료들이 비료를 두고 다투는 동안 스리랑카 농부들은 황량한 농사철을 보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정부가 갑작스레 유기농으로의 전면 전환 결정을 내리면서 화학 비료와 살충제가 금지돼 농업 사회는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한편 일부 분석가들은 정부의 화학 비료 금지 결정이 값비싼 비료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10월 외환보유액이 23억달러로 떨어지는 등 재정 위기에 처하자 다양한 품목의 수입을 제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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