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러스, CNN 스트리밍 서비스에 새 둥지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미국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러스가 지난해 9월 미국 대선 후보 1차 텔레비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러스가 지난해 9월 미국 대선 후보 1차 텔레비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케이블 방송 폭스뉴스의 유명 앵커 크리스 월러스(74)가 폭스뉴스를 떠나 경쟁사인 CNN방송에 합류하기로 했다. 월러스는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서 지난 18년 간 중도적인 관점을 유지하며 여·야를 막론하고 중요 정치인에게 송곳같은 질문을 던진 것으로 유명한 언론인이다.

월러스는 12일(현지시간) 자신이 진행하는 ‘폭스뉴스 선데이’에서 “오늘은 내가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이라며 폭스뉴스를 그만두게 된 사실을 알렸다. 월러스는 “폭스뉴스를 떠나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됐다”면서 “정치 분야를 넘어서 내가 관심이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종료 뒤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이 CNN이 내년에 새로 출범시키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인 CNN+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올해 말 종료되는 월러스의 계약을 갱신하기 위해 다년간의 계약과 더 높은 연봉을 제시했지만 월러스는 새로운 매체에서 정치뿐 아니라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싶다며 이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러스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 언론계에서 많은 존경을 받는 언론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정교한 자료 조사와 상대 논리의 허점을 짚는 질문을 앞세워 차분하면서도 공격적인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지지하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음모론을 조장하는 등 극우적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터커 칼슨, 션 해니티 등 다른 간판 앵커들과 달리 월러스는 팩트를 앞세운 정통파 저널리스트의 면모를 유지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러스는 폭스뉴스 진행자 중 처음으로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대선후보 TV토론을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대선후보 TV토론 진행자가 질문을 선정하는데 상당한 권한을 행사한다. 그는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하면서 까다로운 질문을 거침없이 던져 저널리스트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텔레비전 방송계에서 시상하는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최고 권력자들은 예의를 지키면서도 아픈 질문을 던지는 그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월러스에 대해 “능글맞은 억지 웃음을 웃는다”면서 불편해 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8년 동안 월러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폭스뉴스의 열렬한 시청자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그에 대해 “형편없고 불쾌하다”고 여러 차례 트위터에서 비판했지만 매년 그의 인터뷰에는 응했다.

미국 CBS방송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활약한 유명 방송 기자 마이크 월러스의 아들인 그는 1975년 NBC방송에 입사해 백악관 출입기자와 메인 뉴스 앵커를 지냈다. ABC방송을 거쳐 2003년 폭스뉴스의 공동 창업자 로저 에일스의 제안으로 폭스뉴스로 옮겼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폭스뉴스에서 몇몇 진행자와 작가 등이 과도한 극우 논조에 반발해 회사를 그만 둔 상황에서 월러스마저 떠나면서 폭스뉴스의 보수 색채가 더욱 짙어질 전망이라고 평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