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미국과 F-35 구매 협상 중단"…중국 영향력 차단하려는 미국과 신경전?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미국 F-35 전투기. |AP연합뉴스,

미국 F-35 전투기. |A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35 구매와 관련한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F-35 전투기 판매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각종 조항들이 UAE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중동지역 주요 동맹국인 UAE가 미국과의 마찰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최신예 F-35 전투기 판매를 둘러싼 양국 간 불협화음은 UAE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UAE의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한 미국의 불만과 이에 대한 UAE의 반발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은 이날 UAE 당국자가 “UAE는 미국에 F-35 구매 협상을 중단할 것으로 통보했다”면서 “기술적 요구, 주권적 운영 제한, 비용·편익 분석 등에 따라 재평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 주재 UAE 대사관은 F-35 구매 협상 중단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미국은 UAE의 첨단 안보를 위한 우선 공급자로 남을 것이며 장차 F-35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UAE 측은 협상 중단에도 불구하고 다음 주로 예정된 협상단의 미국 방문을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인 지난해에 F-35 전투기 50대를 판매하기로 UAE와 합의했다. UAE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공식 수교하는 등 관계를 정상화한 데 따른 반대급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UAE와 이스라엘은 중동의 최대 반미 국가인 이란에 대해 공동 전선을 펴고 있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이스라엘 총리로는 처음으로 UAE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자예드 UAE 왕세자와 정상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UAE에 대한 F-35 전투기 판매가 합의된 뒤로도 미국 내에선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먼저 UAE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예멘 내전에 개입해 예멘에서 최악의 인도적 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UAE에 첨단 무기를 판매해선 안된다는 비판이 여당인 민주당에서 제기됐다. UAE에 판매될 F-35 전투기에 탑재키로 한 18가지 첨단 드론 시스템과 공대공·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이 예멘 내전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에선 UAE가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 상대인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정보기관은 1년 전 중국 해운기업이 아부다비 인근 항구에서 군사시설을 건설 중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UAE 측에 건설 공사 중단을 요구해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UAE를 방문해 이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F-35 등 무기 수출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군사시설 설치를 허용한 적 없다고 해명하던 UAE는 지난주 결국 중국의 시설 건설 공사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UAE의 F-35 구매 협상 중단 발표는 이 같은 미국의 우려 그리고 이에 따른 각종 제한 조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UAE를 방문했을 때 UAE가 프랑스로부터 라팔 전투기 80대를 비롯한 무기구매 계약을 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UAE 입장에서는 프랑스산 전투기 도입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미국을 상대로 좀 더 좋은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주요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미국과 UAE간 파트너십은 무기 판매를 넘는 전략적이고 복합적인 것”이라며 “미국 군사장비 사용자가 지켜야 하는 요건과 보호 조건은 보편적인 것으로 협상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UAE는 첨단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박하면서 UAE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그리고 주요 전략적 동맹국인 미국의 ‘신냉전’에 발목이 잡히는 것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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