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서 킹 기념일 맞아 킹 목사 유족 "투표권법 처리" 요구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기념일인 17일(현지시간) 킹 목사의 장남 킹 3세등 가족과 시민들이 수도 워싱턴의 프레더릭 더글러스 다리 위를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기념일인 17일(현지시간) 킹 목사의 장남 킹 3세등 가족과 시민들이 수도 워싱턴의 프레더릭 더글러스 다리 위를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에서 큰 존경받는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를 기리는 국가 기념일인 17일(현지시간) 킹 목사의 유족이 연방 상원에 계류 중인 투표권 확대 관련 법안들의 통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상원에서 투표권 관련 법안 두 건의 표결을 시도한다는 방침이지만 공화당의 반대와 민주당 내부 이견으로 성공 가능성은 높이 않다.

킹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서 킹 3세 등 가족들은 이날 워싱턴에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행진과 연설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킹 3세는 자신의 부친을 기리는 국가 기념일을 맞아 워싱턴에 왔지만 올해는 특히 연방 의회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투표권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길 촉구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미 하원은 민주당 주도로 투표권 확대를 위한 ‘투표 자유법’과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두 법안은 공화당의 반대로 상원에서 발이 묶여 있다. 투표 자유법은 미국의 각 주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투표 관련 절차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표준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연방 차원에서 투표 관련 절차를 표준화함으로써 공화당이 장악한 주 차원의 투표권 제약을 막겠다는 취지다. 앞서 공화당이 장악한 10여개 주는 부정투표를 막는다는 이유로 부재자 투표 기간을 대폭 축소하고 신분증 확인을 강화하는 등 투표권을 제약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2020년 별세한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 민주당 의원의 이름을 딴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은 인종 차별 전력이 있는 주가 선거법을 개정할 때 연방 법무부가 심사해 투표권 제약을 막도록 한 1965년 투표권법을 복원시키는 내용이다. 킹 3세는 “우리 민주주의는 이 법안들이 없으면 심각한 곤경의 낭떠러지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킹 목사가 재직했던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벤에셀 교회에서도 기념 예배가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영상 메시지에서 킹 목사의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신성한 투표권, 다른 모든 권리들이 흘러나오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8일 투표권 법안의 상원 상정을 앞두고 민주당 상원의원 총회를 소집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미국 정치권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종 의원 모임을 화상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이번 의원 총회는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 상원은 안건을 표결에 부치기 위해 토론을 종결하려면 전체 의원 100명 가운데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미 상원은 민주당 및 민주당 성향 무소속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 갖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똘똘 뭉치더라도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이 동조해야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표결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공화당에서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50명 찬성으로도 표결에 부칠 수 있도록 필리버스터 규칙을 바꾸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중도 성향 조 맨친 상원의원과 키어스틴 시네마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필리버스터 규칙 변경은 상원의 초당적인 전통을 훼손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슈머 원내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표결을 밀어부치는 것은 맨친·시네마 상원의원의 입장 선회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최종적으로 실패하더라도 흑인 등 유색인종 지지층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폭력을 앞세운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킹 목사는 1968년 테네시즈 멤피스에서 위생시설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는 활동을 펴다 39세의 나이로 암살됐다. 킹 목사의 1963년 역사적인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했으며 196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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