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

정원식 기자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내린 직후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제2도시 하르키우 인근 군사공항에서 공습에 의한 폭발이 일어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하르키우 |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내린 직후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제2도시 하르키우 인근 군사공항에서 공습에 의한 폭발이 일어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하르키우 |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선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선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24일(현지시간)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군사작전 승인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북부 3면에서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이라며 추가 제재 등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러시아의 침공과 이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맞부딪치면서 경제적 혼란과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전 5시50분쯤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내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루간스크주)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돈바스 지역 친러 반군 세력인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간스크공화국(RPR) 지도자들은 전날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군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가 이 지역 친러 반군 세력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빌미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작전은 나토의 동진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나는 여러 차례 이것이 레드라인이라고 말해왔으며, 우크라이나가 그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하고, 주민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단죄하는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점령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군사작전에 개입하려 하거나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을 위협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할 것”이라면서 “당신들의 역사에서 경험한 적 없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 수도 키예프, 북동부 하르키우,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FP통신은 키예프와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강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키예프와 서부 리비우에서는 공습 사이렌이 울려 시민들이 지하철로 대피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또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은 물론 벨라루스와 크림반도 쪽에서도 러시아 지상군들이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오후 키예프 북쪽 지역까지 진군해 수도 함락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개전 즉시 국방안보위원회 회의를 소집하고 계엄을 선포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서방 정상과 잇따라 통화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을 계속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연설에서 “동요하지 말아 달라. 우리는 강하고 모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 우크라이나인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는 즉각 행동해 달라”면서 “단합되고 단호한 행동만이 푸틴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동맹은 새로운 대러시아 제재를 즉시 부과해야 한다”며 “우방 정부도 우크라이나가 계속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무기와 군수 장비를 공급해 달라”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감행한 직후 성명을 내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치명적인 인명 손실과 고통을 초래할 계획적인 전쟁을 선택했다”면서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은 단결해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오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회담한 후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다. 러시아 최대 은행 2곳 등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와 서방의 주요 물품과 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통제 조치 등 고강도 제재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금융기관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초강력 제재를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미국과 유럽, 일본,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2 승인 중단, 러시아 금융기관과 개인에 대한 자산동결·거래 중단, 국채발행 중지 등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의 책임을 묻기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군사작전 선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시작된 지 30분 만에 이뤄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긴급회의에서 “수많은 사람이 이미 생명을 잃었다. 평화에 기회를 줘야 한다”며 침공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러시아를 규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감행한 무모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정당하지 않은 공격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은 형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푸틴 대통령의 부도덕한 행동을 비난한다”고 말했다.

반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일관해서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 3일 미 의회 의원들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침공하면 민간인 사망자가 최대 5만명이 될 수 있다”면서 “수백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해 유럽 대륙에 엄청난 난민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격화할 경우 전 세계의 정치·경제 질서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군사적 충돌과 이에 따른 제재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칠 것”이라면서 “유럽의 지정학적 구도가 뒤집히고 유럽의 에너지 공급과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한때 역사의 유물이 된 것 같았던 냉전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세계 최대 핵보유국들인 미국과 러시아의 불안정한 대치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침공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 경제는 요동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35% 폭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2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3대 주가지수가 급락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도 24일 개장과 함께 급락세를 나타냈다. 일본, 대만, 호주 증시도 하락했고, 코스피도 전날보다 2.6% 급락해 2640선으로 밀렸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