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러시아 경제제재, 전쟁 중단시킬 수 있을까

박은하 기자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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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제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했으며 이케아, H&M, 애플, 넷플릭스 등 서방 기업들의 러시아 사업 중단도 잇따르고 있다. 이란, 아프가니스탄, 북한 등이 국제사회의 제재대상에 올랐지만 이렇게 전방위적인 경제 제재가 단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원유수입 금지 등 추가제재도 거론된다.

경제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주저앉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방위적 경제제재에 대한 신중론도 나온다. 재재가 올리가르히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 경제 전체를 옥죄는 방식으로 단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러시아 시민들의 고통이 예상된다는 점도 문제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경제분석가 리암 피치는 “1998년 금융위기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가장 먼저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르몽드에 말했다. 특히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 특성상 물가상승이 러시아 시민들에게 큰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1998년 금융위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단행한 러시아에서는 한 해 사이 물가가 80% 상승했다. 당시의 경제성장률은 -5.3%이다.

런던정경대 연구원인 도미니크 뢰스더르는 “현재의 경제제재는 푸틴의 전쟁을 끝내지는 못하면서 민간인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미국 좌파매체 자코뱅에 밝혔다. 러시아국가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국민의 14% 이상이 절대빈곤층이다. 세계불평등연구소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국민소득의 47%, 전체 국부의 74%를 차지한다. 하위 50%가 국민소득과 국부에서 각각 차지하는 비중은 17%와 3.1%이다. 자원의존형 경제구조,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 병합 이후 시작된 제재, 코로나19 충격 등이 겹치면서 불평등이 심해졌고 가계의 형편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언론인 그레이스 블레이컬리는 영국 매체 트리뷴의 기명칼럼에서 “경제 제재로 푸틴의 권력을 약화시킬 수 있겠지만 평균적인 러시아인들은 자신과 자녀의 삶을 뒤튼 경제전쟁을 벌인 서방 역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푸틴과 연결된) 과두정치인들을 처벌하라”고 밝혔다.

경제제재가 전쟁을 중단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뉴욕 코넬대 교수 니콜라스 멀더는 1935년 국제연맹의 경제제재가 무솔리니가 집권하던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을 막지 못했던 점을 거론하며 “푸틴의 침략이 범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재는 필수적이지만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에서 밝혔다. 멀더 교수에 따르면 20세기 동안 경제제재를 통해 전쟁을 저지하려는 시도는 19건 있었으며 이 가운데 3건 만이 성공적이었다. 1921년 유고슬라비아-알바니아, 1925년 그리스-불가리아 간의 분쟁과 ‘수에즈 전쟁’이라 불리는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이다. 수에즈 전쟁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쟁이 발생하기 전 제재가 시행됐다. 수에즈 전쟁에서의 제재는 영국과 프랑스가 동맹국인 미국과 상의도 없이 이스라엘의 편에 서서 전쟁에 참여한 것에 대한 압박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면전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은 세계경제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서방 국가들이 추가제재에 나서기보다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수호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제재는 “(러시아에 대한) 선전포고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안전판을 마련하려고 한다. 하지만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중국과의 밀착이 러시아의 경제 침체 방어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서 “중국은 경제강국이지만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항공기 부품이나 반도체 칩 등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은행이나 기업들 역시 세계경제에 긴밀하게 연결된 상황이라 러시아 기업들과의 교류를 꺼릴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 중심지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운송비도 많이 든다”며 “중국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생명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가 중국 경제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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