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낮추자”···각국 ‘에너지 확보전’ 본격화

노정연 기자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왼쪽)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가 20(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왼쪽)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가 20(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조되고 있는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독일은 카타르와 장기 에너지 협정을 체결하며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 낮추기에 돌입했고, 아시아 국가들도 글로벌 원유 생산량 결정을 주도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에 앞다퉈 손을 내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와 만나 장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에 대한 높은 천연가스 의존도로 인해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발목이 묶였던 독일이 공급처 다변화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독일은 가스 수요의 약 55%를 러시아에서 충당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관련 기업들이 곧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하며 이와 함께 카타르와의 LNG 수송을 촉진하기 위해 2개의 터미널을 신속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하벡 장관은 이번 협정이 LNG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과 재생에너지 분야를 포괄한다고 밝히며 카타르가 독일의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파트너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카타르는 지난해 기준 세계 2위 수준의 LNG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벡 장관은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러시아산 가스가 필요하겠지만 미래엔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며 러시아산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로이터통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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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가팔라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정과 산업 부분의 타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오스트리아는 시민들의 에너지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20억 유로를 지출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탈리아 최근 연료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좋아진 자국 에너지 기업의 법인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이를 통해 약 44억유로(5조9000억원)의 새 재원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과 기업에 재분배한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미 최근 수개월 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160억유로(21조5000억원)를 투입했다.

유럽연합(EU) 집행부 차원의 에너지 가격 상한제와 석유기업들에 대한 추가 이익 과세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오는 24~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부 지도자들은 고갈된 천연가스 저장량을 다시 채우고, 가스 소매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긴급 조치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단기 비상조치로 에너지 제품에 대한 소비세와 부가가치세 인하가 검토되고 있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가스 수입 가격 상한제를 포함한 긴급 조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최근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는 석유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대형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지난해 7년 만에 최대 실적인 230억달러(27조 8691억원)의 이익을 올린데 이어 올해 유가 급등으로 약 330억달러(39조 9861억원)를 벌어 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보수 진영의 반대는 과세 강화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동부 벨포르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전력 생산의 70%를 의존하는 원전 산업의 재부흥이 필요하다며 원자로 6기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동부 벨포르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전력 생산의 70%를 의존하는 원전 산업의 재부흥이 필요하다며 원자로 6기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에너지 공급 불안 우려는 유럽 국가들의 원전 회귀 움직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함께 탈원전에 앞장섰던 벨기에는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려던 기존 계획을 수정해 원전 가동을 10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영국도 원전 수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핀란드는 지난 12일 남서부 발트해 부근에 있는 원전‘올킬루오토 3호기’의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유럽 지역에서 신규 원전이 가동된 것은 약 15년 만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건 것은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알나흐얀 UAE 외교·국제협력부 장관, 술탄 알자베르 UAE 첨단산업기술부 장관과 연이은 화상 회의를 통해 원유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UAE에 이어 사우디 수뇌부에 원유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한 것에 따른 후속 회담이다. 일본은 원유 가운데 40%를 사우디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김부겸 총리가 이날 카타르를 방문해 칼리드 빈 칼리파 빈 압둘아지즈 알 싸니 총리와 회담을 갖고 LNG 공급 등 양국간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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