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마리우폴 장악에도 전황은 "교착 상태"

박용하 기자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 16일(현지시간) 병사들이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적에게 죽음을’이라고 쓴 국기를 탱크에 달고 질주하고 있다. 하르키우 |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 16일(현지시간) 병사들이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적에게 죽음을’이라고 쓴 국기를 탱크에 달고 질주하고 있다. 하르키우 |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장악하면서 전쟁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마리우폴 함락으로 동부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점을 얻는데 성공했으나,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리면서 전장에서의 확실한 우위를 점하진 못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도 전면적인 반격에 나서기엔 역량이 부족해 전황은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승전보를 고대하던 러시아는 마리우폴 함락으로 전략적 요충지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이번 승전으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연결하는 남동부 권역 통제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돈바스 지역에서 추가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의미도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마리우폴 함락으로 이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마리우폴에선 앞서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이 최대 2만명 이상 살해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이동식 화장 시설을 이용해 시신을 없애고, 수용 시설에서 잔혹 행위를 목격한 이들을 확인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만행에 대한 증거를 지우려 했다는 것이다.

마리우폴 함락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돈바스에서 공세를 펼쳐 루한스크 지역의 90%를 점령했지만, 도네츠크 지역은 아직 차지하지 못했다. 전진 속도는 하루 1∼2㎞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느린데다 사상자도 대거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누적된 피해는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17일 “러시아군이 전쟁 시작 이후 15% 병력을 잃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한 나라를 침략한 군대의 손실에 있어 세계적인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유명 군사 전문가조차 국영 TV에 나와 “러시아가 완전히 고립됐으며 우크라이나 전황은 더 불리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하르키우에서 반격을 가해 승전보를 올리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서 완전히 퇴각하면 우크라이나 북부∼동북부는 완전히 러시아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된다. 러시아보다 사거리가 긴 서방의 포병 장비가 우크라이나에 본격 지원되면 포격 중심의 향후 전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군사전문가인 콘라드 무지카는 “러시아군이 수적인 측면에서는 전반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으나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군이 (포격에서) 러시아군을 능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면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전면적인 반격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등에서 철통같은 방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이동성이 부족해 반격에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서방 관리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의욕이 넘치고 경험이 많으며 방어선을 지켜낼 정도의 인원은 있지만 역량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르키우에서 물러난 러시아군이 대규모 반격을 준비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현재의 전황은 어느 한쪽의 우세를 가리기 힘든 교착 상황에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진단이 힘을 얻는다. 스콧 베리어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장(DIA)은 지난 10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기고 있지 않다”며 “일종의 교착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전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양측의 평화협상도 지난달 29일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군을 상대로 앞으로의 전과를 기대하고 있는 있는 우크라이나는 당장 불리한 협상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을 위해 영토의 일부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돈바스 등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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