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엄격 제한한 폴란드, 이번엔 '임신 등록제' 정책으로 논란

김혜리 기자
폴란드 바르샤바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성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26일(현지시간) 엄격한 임신중절 금지법에 항의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폴란드 바르샤바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성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26일(현지시간) 엄격한 임신중절 금지법에 항의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임신중절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폴란드 정부가 이번엔 의료기록 전산화를 통한 ‘임신 등록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은 6일(현지시간) 폴란드 정부가 임신 등록제로 여성들의 임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담 니에지에스키 보건부 장관은 지난 3일 알레르기, 혈액형, 임신 등을 포함해 환자와 관련된 중앙 데이터베이스 보관 정보 규모를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여성단체와 야당 정치인들은 의료기록 전산화의 확대로 여성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과 검찰이 유산을 포함해 임신을 중단한 여성들을 수사하는 데 해당 기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성들이 임신중단 약물을 주문하거나 중절 수술을 위해 해외로 나갈 경우 국가가 이를 추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보건부는 진화에 나섰다. 워체크 안드루시에위즈 보건부 대변인은 의료 전문가만 환자들의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으며, 유럽연합(EU)의 권고에 따라 정책 세부 내용을 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이 시행되면 환자들은 EU 27개 회원국 어디를 가든 치료가 가능해지는 등 치료가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들이 환자의 의료기록을 열람해 특정 약품을 복용하면 안 된다거나, 엑스레이를 찍으면 안 된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인권단체 ‘우먼스 스트라이크’의 마르타 렘파르트 대표는 정부가 임신 관련 정보를 경찰이나 검찰이 못 보도록 차단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폴란드 경찰이 이미 불만을 품은 배우자들의 제보를 토대로 여성들의 임신중단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제 임신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경찰이 들이닥칠 수 있으며, 검사에게 불려가 조사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정보가 언론에 새어나가 여성들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많은 여성이 임신한 동안 국가 의료시스템을 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자들은 해외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가난한 여성들이 산전 검사 등을 받지 않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민의 90%가 가톨릭 신자인 폴란드에선 임신중절이 엄격히 제한된다.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이나 임부의 생명이 위독한 경우 외엔 임신중절이 전면 금지된다. 지난 2020년 태아의 선천적 결함으로 인한 임신중절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후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2주간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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