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신생 ‘우익포퓰리즘’ 정당 압승…정부 환경정책 ‘빨간불’

최서은 기자
네덜란드 BBB 정당의 카롤리너 판 데르 플라스 대표가 15일(현지시간) 치러린 지방 의회 선거 결과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BBB 정당의 카롤리너 판 데르 플라스 대표가 15일(현지시간) 치러린 지방 의회 선거 결과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근 네덜란드 지방선거에서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신생 우익 포퓰리즘 정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네덜란드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질소 배출을 감축시키려는 네덜란드 정부의 환경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농민-시민운동당(BBB)은 15일(현지시간) 지방선거에서 전체 선거구 12곳 중 최소 8곳에서 승리한 것으로 16일 잠정 개표에 나타났다. 이에 따라 BBB가 전체 상원 의석 75석 중 15석 내외를 차지하며 네덜란드 최대 정당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에 BBB 역시 놀라움을 표현했다. 카롤리너 판 데르 플라스 BBB 대표는 개표가 진행됨에 따라 압도적인 승리가 점점 확실해지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라고 외쳤다.

2019년 출범한 BBB는 그간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농촌에서 존재감을 부각해왔다. 특히 질소 배출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가축의 수를 3분의 1가량 감축하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트랙터를 몰고 네덜란드 의회로 가는 등 ‘친 농촌’ 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도시에서도 질소 배출 감축 정책으로 대형 건설 사업에 제동이 걸린 틈을 타 표심을 파고들었다. 2021년 선거에서 1%의 득표율을 얻어 하원 의석 단 1석을 차지했던 BBB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이민 등의 문제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서 2년 새 인기가 급상승했다.

BBB의 압승에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민주당(WD)은 10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의회 다수당 지위를 놓치게 됐다. 이번 선거 결과로 출범한 지 4년여 된 신생 정당 BBB가 네덜란드 정치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게 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2030년까지 질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농업 수출국인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가축을 기르고 과도한 비료를 사용하면서 토양 및 수질의 질소 산화물 수준이 유럽 연합 규정을 초과한 상태다.

BBB는 이러한 환경 문제가 과장됐으며 녹색 전환을 위한 정책이 농가의 생계를 희생시키고 식량 생산 부족을 초래하는 부당한 정책이라고 주장해왔다.

판 데르 플라스 대표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농장 오염 문제 그 이상에 관한 것”이라며 “질산염은 이 나라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상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네덜란드의 정치인들이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보지 않는다고 느낀다”라며 “유권자들은 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반대했다”라고 밝혔다.

2010년부터 총리 자리를 지켜온 뤼테 정부에 맞서 신생 정당인 BBB가 압승을 거두면서, 유럽의 정치 지형에서 우익 포퓰리즘이 난민 문제에 이어 환경으로도 확산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앞서 BBB의 주장이 기후변화 대응을 ‘정부 폭정’으로 몰아가며 서민과 엘리트를 반목시키는 포퓰리즘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유럽 포퓰리즘 문제 전문가인 캐서린 피시는 “네덜란드는 언제나 다른 곳에서 일어날 일의 전조가 왔다”며 “BBB의 성공은 녹색 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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