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뺏은 일자리, 현실로···“기업들 비용 절감 위해 AI로 대체”

선명수 기자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일부 직종에서는 챗GPT로 인한 실직이 시작됐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일부 직종에서는 챗GPT로 인한 실직이 시작됐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 블루밍데일에 사는 에릭 페인(34)은 지난 10년간 해온 광고 카피라이팅 일을 최근 그만뒀다. 욕실매트 광고부터 기업의 웹사이트 소개문구 작성까지, 10개 남짓의 회사와 안정적으로 계약을 맺어온 그는 지난 3월부터 일감이 끊기기 시작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그의 ‘밥줄’을 끊었다. 가장 큰 거래처였던 회사가 앞으로 카피라이팅을 챗GPT를 통해 하겠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나머지 9개 거래처의 계약도 같은 이유로 하나둘씩 취소됐다. 페인은 현재 배관공이 되기 위해 기술학교에 다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카피라이터 올리비아 립킨(25)의 사정도 비슷했다. 립킨은 한 기술 스타트업의 유일한 카피라이터였지만, 챗GPT 출시 후 업무가 점차 줄더니 지난 4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 측은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립킨은 회사 임원들이 ‘카피라이터를 고용하는 것보다 챗GPT가 더 싸다’고 언급한 것을 보고 자신이 왜 해고됐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립킨은 “사람들이 챗GPT 얘기를 꺼낼 때마다 언젠가 그것이 나를 대신할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였고, 결국 나는 AI 때문에 실직했다”고 말했다.

AI가 머지 않아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일부 직종에서는 챗GPT로 인한 실직이 시작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특히 마케팅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부문에서 AI로 인한 실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페인과 립킨 등 관련 사례를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AI의 성능이 급속도로 향상되면서 고임금 지식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선 몰릭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는 “과거 자동화의 위협은 힘들고 더럽고 반복적인 작업에 불어 닥쳤지만, 이제는 이런 위협이 고학력·고소득층의 창의적인 작업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일자리의 18%가 생성형 AI로 대체될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가장 크게 위협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노동시간 중 상당 부분을 야외에서 보내거나 육체노동을 수행하는 직업은 AI로 자동화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진보된 AI라고 할지라도 글쓰기 등 창의적인 업무에 있어 인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많은 미국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얼마간의 품질 저하를 감수하며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인은 계약 중단을 통보한 회사들에 챗GPT의 결과물이 자신이 해온 것보다 정확하거나 독창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이 회사들은 이를 알면서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챗GPT가 생성한 광고문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페인을 찾은 회사는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챗봇으로 노동자의 업무를 대체한 회사들이 문제가 발생해 이를 중단한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의 기술전문매체 CNET은 AI로 작성한 기사 77건을 출고했지만 사실관계에서 오류가 발견돼 AI 활용을 중단했다. 미 섭식장애협회는 상담 직원을 해고하고 섭식장애 환자 상담에 챗봇을 활용했다가 챗봇이 오히려 과도한 다이어트를 권해 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변호사가 챗GPT를 이용해 맡은 사건과 비슷한 판례를 찾아 법원에 제출했다가 모두 가짜 판례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디지털 노동을 연구해온 세라 로버츠 UCLA 교수는 “챗봇의 오류로 기업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며 “이를 서둘러 도입하는 기업들이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