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테슬라에 분노한 북유럽···연기금 경고·주식 매각, 노조 보이콧 확산

지난 10월27일(현지시간) 스웨덴 노동조합 관계자가 스톡홀름 테슬라 서비스센터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노조’ 방침을 고수하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대한 북유럽 노동계와 공공 투자기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은행 투자관리(NBIM)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이 노동권을 포함한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며 “지난해 우리는 테슬라에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존중하는 정책을 도입할 것을 요청하는 주주 제안을 지지한 바 있다”고 밝혔다. NBIM은 보유 중인 테슬라 주식을 매각할 계획은 없으며 테슬라가 정책을 변경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NBIM은 테슬라의 7대 주주로, 테슬라 전체 주식의 0.88%에 해당하는 68억달러(약 8조90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최근 테슬라에 대한 북유럽 노동계와 공공 투자기관들이 테슬라에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 6일 덴마크의 대규모 연기금 중 하나인 펜션덴마크는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보유 중인 테슬라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펜션덴마크의 테슬라 주식 매각 규모를 6880만달러(약 905억원)로 추정했다. 현지 매체인 프리헤스브레베트는 5800만달러(약 763억원)라고 보도했다.

펜션덴마크는 이메일을 통해 성명을 내고 “현재 덴마크로 확산되고 있는 갈등과 테슬라가 최근 어느 나라에서도 노조와 협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현재 투자자로서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이것이 테슬라를 투자 제외 목록에 올린 이유”라고 밝혔다.

테슬라 지분 1800만달러(약 237억원)어치를 보유한 덴마크의 또 다른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도 테슬라를 감시 대상 목록에 올린 상태다.

아카데미커펜션 최고경영자(CEO)인 옌스 뭉크 홀스트는 “적절한 근무 조건이 기업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위험을 줄인다는 것을 테슬라 경영진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핀란드 운송 노조 AKT는 오는 20일부터 핀란드의 모든 항구에서 스웨덴으로 향하는 테슬라 차량과 부품의 하역·운송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 10월 27일 스웨덴의 테슬라 수리점 10곳에서 일하는 정비사 130여명이 사측의 임금 단체협약 체결 거부에 맞서 파업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정비사들이 소속된 스웨덴 금속노조(IF메탈)가 먼저 파업에 나섰고, 스웨덴 9개 산별 노조가 우편물 배송과 차량 운송 거부 등 연대 투쟁에 나섰다.

뒤이어 덴마크 최대 노조인 3F가 지난 5일 스웨덴 노조의 연대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18일부터 테슬라 차량의 항구 하역과 육로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노조 파업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테슬라는 스웨덴 우체국 노조가 교통국에서 발급한 신차 번호판 배송을 거부하자 배송 거부를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지난 7일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