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집권 오르반 총리에 도전, 헝가리 반정부 운동 ‘40대 기수’

정원식 기자

페테르 머저르

[시스루 피플] 14년 집권 오르반 총리에 도전, 헝가리 반정부 운동 ‘40대 기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14년째 집권 중인 헝가리에서 집권당 출신 정치인이 오르반 총리의 권력에 도전하는 반정부 운동의 구심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변호사이자 외교관 출신인 페테르 머저르(43·사진)가 집권당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오르반 총리에 반대하고 기존 야권 인사들도 불신하는 헝가리 국민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수도 부다페스트의 의회 인근 광장에서는 머저르가 주도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시민 1만여명은 의회를 향해 행진하며 “우리는 두렵지 않다” “오르반은 물러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머저르는 이날 연설에서 현 정부의 독주와 야당의 무능에 모두 실망한 진보파와 보수파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 공동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시위가 최근 몇년 사이 최대 규모라면서 “우리는 한 걸음씩 우리의 조국을 되찾고 새롭고 현대적이고 유럽적인 헝가리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여론조사업체 메디안 조사에 따르면 68%가 머저르가 정치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중 13%는 머저르의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저르는 현 정부의 외교부와 총리실에서 일하긴 했으나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으로는 존재감도 없는 인물이었다. 2019년 38세에 장관에 오른 유디트 버르거 전 법무장관의 남편이라는 게 그가 가진 명성의 거의 전부였다. 2000년대 중반 결혼한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이혼했다.

머저르가 헝가리의 대표적인 반정부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계기는 지난 2월 헝가리를 뒤흔든 어린이집 부원장 사면 사건이다. 해당 부원장은 2004~2016년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대한 은폐 시도 혐의로 2018년 3년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사면됐다. 지난 2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자 같은 달 10일 커털린 노바크 대통령이 사퇴했다.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버르거도 의원직을 내려놓고 유럽의회 선거 출마 계획을 접었다. 두 사람은 오르반 총리의 최측근이다.

머저르는 사면 논란이 벌어지자 헝가리 언론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르반 정권을 비판해 주목받았다. 시민들은 그의 비판을 ‘내부’ 비판으로 여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머저르는 뒤이어 지난달 26일 버르거 전 장관이 헝가리 정부의 수사 개입 사실을 실토하는 내용의 녹취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녹취에는 2021년 집권당의 유력 인사가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과 관련해 오르반 정권의 고위 관료들이 검찰에 증거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버르거 전 장관은 머저르가 오르반 정권의 수사 개입 정황을 녹음한 게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뤄진 일이며,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머저르는 신당을 창당해 오는 6월9일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다. 집권 피데스 측은 머저르의 부상에 대해 일시적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야권에서는 신당이 야권 지지율을 갉아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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