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내전 종식’ 영웅, 장기집권 ‘독재자’ 되나

최혜린 기자

‘4선 도전’ 카가메 대통령

르완다 ‘내전 종식’ 영웅, 장기집권 ‘독재자’ 되나

30년 전 다수족의 학살 때
소수족 반군 이끌어 승리

2003년 대통령에 당선 후
보복 금지하고 국민 통합
경이적 경제성장률 기록
“정적 탄압…차별 심화”

1994년 4월 벌어진 르완다 집단학살이 7일(현지시간) 30주기를 맞았다. 그사이 르완다는 비극적 역사를 딛고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로 불릴 정도로 말끔한 경관을 갖춘 나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공 신화’의 중심에는 폴 카가메 대통령(67·사진)이 있다. 4선 도전을 선언해 30년 장기집권을 바라보는 그는 ‘사랑받는 독재자’라는 양가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카가메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갈리의 집단학살추모관에서 열린 헌화식에 참석해 “다시는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제노사이드의 원인은 정치적이고, 해결도 정치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인종과 종교를 기반으로 편을 나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1994년 르완다에서 벌어진 ‘인류 최악의 제노사이드’를 통해 영웅으로 떠올랐다. 100여일간 이어진 내전에서 다수족인 후투족이 소수족인 투치족을 집단학살해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사실상 이를 방조했다. 이웃이 이웃을 돌로 찍어 죽이고, 선생이 아이들을 해치는 생지옥을 멈춘 이가 카가메였다.

당시 그는 투치족 반군을 이끄는 군인이었다. 그는 키갈리를 점령한 뒤 후투족을 지원한 이웃나라 콩고민주공화국과의 전쟁까지 승리하며 르완다 전체를 장악했다. 이후 2003년 대선에서 득표율 95%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후투족 시민들은 정치적 보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믿었다. 르완다 인종 갈등은 1920년부터 르완다를 식민지배한 벨기에가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정책을 시행하면서 유구하게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카가메의 선택은 예상을 빗나갔다. 그는 “우리는 모두 르완다 시민이다”를 국가 모토로 삼았다. 후투족을 향한 사적 보복을 금지하고, 학살 명령을 내린 책임자만 처벌했다. 식민통치 시절 신분증에 새겨졌던 인종 표기도 폐지했다. 금융위기가 덮친 2008~2012년에도 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약 100만명이 빈곤을 벗어났다. 이에 카가메 대통령이 집단학살과 식민통치로 인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빠르게 봉합하고 사회 재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카가메 대통령이 독재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는 야당을 비롯한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탄압했으며, 이들 중 다수는 돌연 사라지거나 해외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외신 취재는 극도로 제한돼 외부의 비판이 차단된 상태다.

성과만 부각돼온 인종 통합에 있어서도 노골적인 차별정책이 금지됐을 뿐 사회구조적 분리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정부 고위직 199개 중 82%, 대통령실은 100%가 투치족으로 구성돼 있다. 인구의 85%가량을 차지하는 후투족은 고위직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런 비판 속에서도 카가메 대통령은 오는 7월 대선에 출마해 4선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2015년 개헌으로 연임을 허용했기 때문에 당선될 경우 10년을 더 집권할 수 있다. 2017년 선거에서 득표율 99%를 기록한 그는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카가메 대통령은 지난해 아프리카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4선 도전을 서방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냐’는 질문에 “미안하지만 서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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