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임신중지 반대 활동가들의 임신중지 클리닉 진입 허용 추진

정원식 기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임신중지 반대 활동가들의 임신중지 클리닉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 내각이 제출한 이 법안은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멜로니 내각은 임신중지를 처벌할 의도는 없으나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행위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토니오 타자니 부총리는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언제나 이런 문제에서 양심의 자유를 허용해왔다. 모두가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는 1978년 이후 90일 이내의 임신중지를 합법화했으나 여성들이 임신중지 수술을 받기는 어렵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산부인과 의사의 63%는 도덕적·종교적 이유로 임신중지 수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러 지역에서 임신중지 약의 복용이 금지돼 있고 일부 지방정부들은 임신중지 반대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신중지 반대 활동가들의 활동 범위를 넓혀주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여성들의 임신중지권을 더욱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일제히 퇴행적인 조처라고 비판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엘리 스클레인 의원은 “여성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실비아 로자니 민주당 부대표는 “우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여성의 권리를 약화시키려고 노력함으로써 과거 지향적인 태도와 가부장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오성운동 측은 “이탈리아는 또다시 퇴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임신중지 반대 단체인 ‘프로비타’의 야코포 코게 대변인은 이날 표결 전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임신중지 클리닉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면서도 “임신중지 클리닉은 여성들이 임신중지 대신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비타는 2018년 페미사이드(여성살해)의 주된 원인이 임신중지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만들어 논란을 일으킨 단체다.

여성인권 단체 활동가인 루이사 리치텔리는 가디언에 “정부는 여성들의 마음을 (임신중지 반대쪽으로) 돌리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일어나서는 안 될”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