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물가’ 아르헨티나, 국립대 예산 동결에 대규모 시위

최혜린 기자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립대학 예산을 사실상 삭감한 것에 항의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간) 시위를 벌였다. 살인적 물가 상승으로 공공부문 운영이 어려워졌는데도 재정긴축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폭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5월의 광장’에는 80만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의회를 향해 행진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해 12월 밀레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벌어진 시위 중 최대 규모로, 국립대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 교수, 중고등학생, 노조 등 각계 시민들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부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국립대 예산을 동결하면서 대학 운영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연 288%까지 치솟은 상황에서도 올해 국립대 예산을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예산이 70% 넘게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거리를 행진한 시위대는 “시민들을 교육하는 게 뭐가 그렇게 두려운가” “대학은 우리가 지킨다” “공부는 우리의 권리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국립대에 투입되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르헨티나 대학연맹(FUA) 회장인 피에라 페르난데스 데 피콜리는 “국립대를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이날 집회가 밀레이 정부의 재정긴축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취임한 극우 자유주의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강도 높은 재정긴축 정책을 시행해왔다. 예산이 줄어 전기요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UBA)에서는 복도의 모든 조명을 끄고 수업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집회가 “정치적 시위”이자 “유령열차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밀레이 대통령은 그간 국립대가 ‘사회주의 세력의 소굴’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을 해왔다”면서 정부가 이번 시위도 사회주의 세력의 선동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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