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차이무’ 명배우들 다시 뭉쳤다···연극 ‘광부화가들’ 10년 만에 무대에

선명수 기자

1930년대 영국 탄광촌 ‘애싱턴 그룹’ 실화 담은

연극 <광부화가들> 10년 만에 무대에

강신일·문소리·이대연·박원상·정석용 등

극단 차이무 출신 배우들과 이상우 연출 의기투합

1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1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갱도를 울리는 채굴 장비의 소음이 무대를 채운다. 곧이어 시끌벅적하게 등장한 이들은 새벽부터 물이 터진 갱도 속을 “박박 기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온 광부들. 1934년 영국 북동부 뉴캐슬의 탄광지대 애싱턴, 평생 좁고 캄캄한 갱도 안에서 일해온 광부들의 특별한 미술 수업이 시작된다.

1930년대 영국의 탄광촌에서 결성된 광부들의 미술 동인 ‘애싱턴 그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광부화가들>이 1일부터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잘 알려진 영국의 극작가 리 홀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탄광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리 홀은 애싱턴 그룹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을 2007년 영국 뉴캐슬 라이브시어터에서 처음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중견 연출가 이상우의 번역과 연출로 2010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했고, 그해 대한민국 연극상 작품상을 비롯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되는 등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2013년 재연에 이어 10여년 만에 다시 공연한다.

연극은 열 살 남짓하던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어두운 갱도에서 일해온 광부들이 미술 감상 수업을 통해 화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보인다. 광부 120만명이 모여 사는 광산촌 애싱턴, 노동조합이 마련한 미술감상교실에 미술사 강사 라이언이 나타난다. 라이언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르네상스 명화를 보여주며 미술사를 설명하려 하지만, 수업은 첫날부터 삐걱댄다. 미술관은커녕 태어나고 자란 도시 밖으로 나가본 경험도 거의 없는 광부들은 ‘그림의 의미’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결국 라이언은 이론 수업 대신 수강생들에게 직접 그림을 그릴 것을 제안한다. 어색해하던 광부들은 매주 화요일 열리는 수업을 통해 지하와 지상에서의 삶을 그림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연극은 8년간 이어진 미술감상 수업과 주목받는 미술 동인이 된 애싱턴 그룹의 활동,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사람들의 멀어진 관심 속에서 광부들이 자신들의 화실을 되찾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14년에 걸친 긴 시간을 담아낸다. 당시 영국 탄광촌의 현실과 노동계급의 열망, 예술과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광부들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겹쳐진다. 애싱턴 그룹의 그림을 비롯해 헨리 무어 등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공연 내내 스크린에 오르며 마치 전시회에 온 것처럼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다.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극단 차이무의 이상우 연출과 배우들이 이번 무대로 다시 의기투합했다. 최근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만난 이상우 연출은 “10년 만에 희곡을 다시 읽으면서 ‘예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두고 관객과 좀 더 쉽게 소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초연 때 ‘예술의 민주주의’라는 원작자의 생각에 중심을 뒀다면, 이번 공연에선 거기에 더해 ‘예술은 우리의 머릿속과 가슴속을 밝히는 빛이 아닌가’라는 어쩌면 매우 평범한 생각을 쉽고 밝게 공연 속에 섞어보려 했다”고 말했다.

2010년 초연과 2013년 재연에 함께했던 배우 대부분이 다시 호흡을 맞춘다. 초연 당시 광부들을 후원하는 미술 수집가 헬렌 역을 맡았던 배우 문소리가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문소리는 “12년 전 공연한 뒤로도 문득문득 생각나던 작품”이라며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재공연을 하면서 훨씬 더 깊어지고 풍성해진다고 생각한다. 기다려왔던 작품이고, 언제나 그리워하던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게 돼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중견 배우 강신일과 박원상이 노동자이자 예술가로서 자신을 찾아가는 인물 올리버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강신일은 “<광부화가들>은 올리버와 광부들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면서 “올리버가 그림을 만나며 빛을 발견하고, 홀로 성공하는 것보다 그룹을 택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잘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극 <광부화가들>의 출연 배우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성북구의 한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프로스랩 제공

연극 <광부화가들>의 출연 배우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성북구의 한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프로스랩 제공

미술 교사 라이언 역을 맡은 이대연은 “차이무의 배우들이 오랜만에 동창회처럼 다시 모여 연극을 하니 좋다”며 “예술에 대한 작품인 만큼 공감 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차이무는 이번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을 비롯해 문성근·명계남·송강호·이성민·전혜진·유오성 등 다수의 스타 배우를 낳은 극단이다. 이상우 연출이 극단 연우무대를 나와 1995년 창단했다. 이상우 연출은 “극단이 오래되면 창작의 기운이 사라지는 것 같아 차이무는 3년 전 해단했다”며 “공개적으로 알릴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조용히 해단했다”고 말했다.

강신일, 이대연, 김중기, 박원상, 정석용, 오용, 문소리, 송선미, 윤상화, 민성욱, 오대석, 송재룡, 노수산나, 김두진, 노기용, 김한나 등 배우 16명이 더블 캐스팅으로 번갈아 출연한다. 내년 1월22일까지.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장면. 프로스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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