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순·출산드라, 뚱녀들의 반란?

“대한민국 여자들의 표준체형이 ‘삼순이 몸매’로 변했으면 좋겠어요.”

김삼순·출산드라, 뚱녀들의 반란?

화제의 중심엔 뚱뚱한 노처녀 김삼순역의 김선아(사진 왼쪽)와 KBS 2TV ‘개그 콘서트’의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 김현숙(오른쪽)이 있다. 김삼순은 지난주 43.1%의 시청률로 MBC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고, 출산드라 역시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인기 이면엔 몸매 지상주의에 빠져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여성시청자들의 열광적인 지지가 숨어 있다. 김삼순은 뚱뚱하지만 소신있고 당당한 노처녀. 이제까지의 드라마 여주인공과는 분명 어법이 다르다.

다이어트를 하는 와중에 식욕을 참지 못하고 보리밥을 열무김치에 쓱쓱 비벼 소주를 곁들여 먹으며 “인생 뭐 별거 있어. 천국이 따로 없네”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애시당초 내숭이란 없다. 뜨뜻미지근한 애인에게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얘기할 줄 안다. “내가 너무 굶었어” 운운하며 성에 대해서도 솔직하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식 여성 캐릭터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촌스러운 이름의 김삼순은 연대감을 자극하는 유쾌한 주인공이다.

“먹어라. 네 시작은 비쩍 곯았으나 그 끝은 비대하리라.” 네티즌들이 ‘출산드라 어록’을 만들 정도로 인기가 높은 개그우먼 김현숙 역시 몸매 지상주의에 시달리는 시청자들의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그녀에게 ‘날씬한 여자’는 공공의 적이다. 식욕을 만족시켜주는 먹을거리들은 찬양의 대상이다.

“카스테라 종이에 붙은 빵 안 긁어먹은 사람 벌하러 갑니다.” 그녀에게 다이어트 비디오 만든 이소라 등 여성 연예인도 처벌대상이다.

그동안의 개그에서 뚱뚱하거나 못생긴 얼굴이 비웃음의 대상이었다면 출산드라에게는 찬양하고 고무하는 대상이다. 그녀의 대본에는 철학적 사유(?)까지 녹아 있어 하이 코미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허리 사이즈 24인치’가 표준이어야 하는 시대, 그러나 좀체 24인치를 만들기 어려운 시대. 그 한가운데 ‘브리지 존스의 일기’의 여주인공 르네 젤위거를 닮은 ‘귀여운 뚱녀’들의 출현은 일단 신선하다.

이는 작위적이고 도식적인 이 땅의 드라마와 코미디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허상과 위선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의 풍속도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오광수기자〉



Today`s HOT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