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빅 화이트’

- 설원 위의 코미디가 너무 헐겁다 -

일반적인 법칙이 있다. 로빈 윌리암스를 주인공으로 코미디를 만든다면 그것은 실망시키지 않는 안전한 내기다. 윌리암스는 생존하는 가장 우스운 남자배우 중 한 명이다. 그렇지만 그가 코미디가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코 안전하지 않는 도박이 된다. ‘빅 화이트(Big White)’는 그런 윌리암스를 드라마 안에 가두어 버렸다. 영화에서 그의 훌륭한 재능과 웃음은 거의 없다.

[영화리뷰] ‘빅 화이트’

매일 전기세 독촉 전화를 받으며 다 망해가는 여행사를 운영하는 폴 바렛(로빈 윌리암스)은 ‘뚜렛 증후군’이란 병을 앓고 있는 아내 마가렛(홀리 헌터)을 위해 보험사기극을 꾸민다. 우연히 시체를 발견한 그는 5년 동안 실종된 동생의 사망신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려는 속셈이다. 한데 시체의 임자가 따로 있다. 시체를 찾던 두 악당은 아내를 인질로 잡고, 바렛에게 시체를 갖고 오라고 협박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차반’ 동생(우디 해럴슨)이 나타나 돈을 요구하고, 보험 조사관(지오바니 리비시)은 바렛을 의심한다.

영화는 알래스카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로빈 윌리암스라는 이름만 보고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보험사기극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스토리는 관심을 끌지만, 문제는 어떻게 똬리를 트는가이다. 사랑을 위해 시체를 훔치고, 거짓말을 하고, 폭력을 쓰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마술을 발생하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코미디에 진지한 설교를 버무린 격으로 엇박자만을 유발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술은 단지 어떤 명백한 이유 때문에도 일어나지 않는다.

설원을 배경으로 뜻밖의 사건으로 꼬이는 블랙코미디라는 점에서 영화 ‘파고’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파고’처럼 우습지 않고 깔끔하지도 않으며, 영감을 주지도 못한다. ‘파고’는 코엔 형제의 유일한 코미디 혼합이며 아무도 그것을 적절하게 복제할 수 없다. ‘파고’ 의 유머는 순수하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는다. ‘빅 화이트’의 유머는 알래스카의 풍경만큼 극한이며 그나마 드문드문하다. 세부사항이 훌륭하게 실행되고, 웃음 코드를 나름대로 심어놨지만 총체적인 이야기는 너무 무겁다.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단조롭고 예측할 수 있게 된다. 29일 개봉.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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