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평화헌법 수정 움직임 동아시아 평화 다시 위협”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과거 일본은 항상 먼저 침략전쟁을 일으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만들어진 평화헌법이 이를 간신히 막아왔는데 만약 헌법이 수정된다면 과거의 위험이 다시 현실화됩니다.”

일본교회협의회(NCCJ) 총무인 야마모토 도시마사 목사(오른쪽)와 NCCJ산하 평화·핵문제위원회 위원장인 오가사와라 기미코.

일본 개신교 교단들의 모임인 일본교회협의회(NCCJ) 총무 야마모토 도시마사 목사(51)는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아시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은 일본의 우경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야마모토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평화공동체운동본부가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연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에큐메니컬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야마모토 목사는 먼저 최근 급격히 진행되는 일본 내 우경화 조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금 일본 정부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제국주의의 상징인 일본 국가(기미가요) 부르기와 국기(히노마루) 숭배를 강요하고 교과서를 왜곡하며 국수주의 정신을 심어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는 침략전쟁과 군대 보유 포기를 규정한 평화헌법 ‘제9조’의 수정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동아시아에 평화가 유지된 데는 평화헌법의 힘이 컸는데 지금 일본에서는 이를 수정하려는 강력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위험 요소입니다.” NCCJ는 평화헌법 9조 수호와 교과서 왜곡 반대, 기미가요와 히노마루 숭배 반대, 국수주의 학교교육 반대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는 물론 타종교와 연계해 활발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야마모토 목사는 소개했다.

특히 NCCJ 산하 평화·핵문제위원회는 일본 내 미군기지 철수 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인권을 앞세운 미국의 북한 압박은 동아시아의 긴장을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전에서 그랬듯이 동아시아에서도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북한뿐 아니라 남한과 일본에도 대혼란이 올 것입니다.”

일본의 우경화를 강하게 비판하는 그도 최근 한·일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독도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독도 문제를 국제재판소에 가져 가려 하는데 두나라 정부가 대화를 통해 평화로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일본인들이 독도 문제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NCCJ는 독도 문제에 대한 스터디 모임을 만들 계획입니다.”

그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각 지역 교회간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기독교인들이 긴밀하게 교류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을 제안했다. “교회가 하나가 돼 기도를 하면, 평화를 위한 실천의 힘을 얻고 평화를 방해하는 장애물을 물리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듯이 폭력을 없애는 길에 교회 공동체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도쿄에서 태어난 야마모토 목사는 미국 버클리 신학대에서 수학한 뒤 미 감리교 목사 안수를 받고 하와이에서 6년간 목회활동을 하다 1993년 NCCJ에 합류, 2003년 총무로 선출됐다.

〈김준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