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가족에게 은총이…영화 ‘키핑 멈’

키핑 멈(Keeping mum)

감독 니올 조슨

출연 매기 스미스·로완 앳킨슨·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불량가족에게 은총이…영화 ‘키핑 멈’

영국 배우들은 믿을만하다. 가끔 어울리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실력을 썩히는 경우도 있지만, 괜찮은 각본과 감독만 있다면 알아서 제 몫을 챙긴다.

영국 영화 ‘키핑 멈’에서도 탄탄한 실력의 영국 배우들이 이루는 앙상블을 볼 수 있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이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유머를 숨긴 채 비교적 점잖은 연기를 펼치면,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발랄하게 화답한다. 매기 스미스의 연기는 방점을 찍는다. 그는 한국에선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만 알려져 있지만, 로열 국립 극단(the Royal National Theatre Company)의 멤버로 ‘데임(Dame)’ 칭호를 받기도 한 대배우다.

소심하고 재미없는 목사 남편, 미국인 골프코치와 바람피는 아내,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는 딸,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는 아들이 한 가족이다. 여기에 자상한 미소의 할머니 그레이스가 커다란 가방을 끌고 입주 가정부로 들어온다. 이후 문제 많던 이 집안엔 할머니의 이름 그대로 ‘은총(Grace)’이 내린다. 시끄럽게 짖어 잠을 깨우던 이웃집 개가 사라지는 것을 필두로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간다. 남편의 지루했던 설교에는 유머가 감돌기 시작하고, 성적으로 무능하던 그는 활력을 되찾는다. 딸이 요리에 취미를 붙이는가 하면, 아들을 괴롭히던 친구들은 단체로 골탕을 먹는다. 아내는 모든 일이 잘 돼가는 모습에 오히려 혼란을 느끼고, 결국 큰 가방에 담긴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진다.

심각하게 보자면 ‘안온한 핵가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피가 필요한가’라는 주제를 탐구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블랙 코미디다. 배우들의 호흡과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따라가면 금세 상영시간이 끝난다. 정력 좋지만 느끼한 미국인 골프코치로 ‘더티 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가 나온 것도 재밌다. 다만 가족 관계에 관련된 후반부의 반전은 깔끔한 정찬에 어울리지 않는 느끼한 후식 같은 느낌이다. 서울 종로 ‘필름포럼’에서 14일 단관개봉한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