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음어 잘못쓰면 낭패

<양키 두들 댄디(Yankee Doodle Dandy)>에서 조지 코핸이 아내 메리를 위해 지은 노래의 내용은 이렇다. “My mother’s name was Mary;(우리 어머니의 이름은 메리였네) Because her name was Mary,(어머니의 이름이 메리여서) She calls me Mary Two.”(나더러는 2번 메리라고 했다네)

[안정효의 Q-English]동음어 잘못쓰면 낭패

우리 이름에는 항렬과 돌림자가 따로 있지만, 서양에서는 부모와 자식의 이름이 같은 경우가 많다. 가문의 영광을 자랑 삼는 집안 사람들은 때때로 똑같은 이름을 대대로 물려받아 아무개 3세나 4세라고도 한다. 위 노래에 나오는 코핸의 아내와 장모는 이름이 같은 모양이다. 하지만 Mary 2는 “Mary too(역시 메리)”라는 동음어로도 의미가 성립된다.

숫자가 붙은 이름에 대해서 주의할 점을 하나 설명하겠다. 로마자를 쓴 Mary II는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한 Mary 2와 발음이 완전히 달라진다. 만일 부자(父子)가 이름이 똑같은 경우에는 숫자가 아니라 글로 풀어서 쓸 때 George Cohan, Sr.와 George Cohan, Jr.라는 식으로 표기한다. Sr.(=Senior)는 아버지, Jr.(=Junior)는 아들을 뜻한다. 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는 “조지 코핸 1세”나 “조지 코핸 2세”라고 아라비아 숫자를 쓰지만, 정작 영어로 적을 때는 Mary 2라는 식으로 아라비아 숫자를 쓰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이름이 같은 왕을 지칭할 때는 William 1이나 William 2가 아니라, I이나 II라고 로마 숫자를 사용하는데, 이때는 One이나 Two라고 읽지 않고 the First나 the Second라고 읽어야 한다. “헨리 8세”라면 “여덟 번째 헨리”이니까 “The Eighth Henry”가 된다는 식으로 알아두면 편하다. 8 Henry(s)는 “여덟 명의 헨리”를 뜻한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못말리는 로빈 후드(Robin Hood: Men in Tights)>에서 부하들이 로빈 후드를 구해서 달아난 다음, 사형집행인이 끊어진 밧줄 올가미를 손에 들고 이런 동음어를 구사한다. “You know what they say ― no noose is good noose.”(사람들 얘기가 맞아. 없는 올가미가 좋은 올가미라고.) noose는 교수형을 시키기 위해서 만든 ‘올가미’를 뜻하지만, 집행인은 No news is good news(무소식이 희소식)라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동음어를 동원한다.

“다 함께 봉기하자”고 주민을 선동하는 로빈이 “내 말 좀 들으라”는 뜻으로 말한다. “Lend me your ears.”(귀 좀 빌립시다.) 그러자 마을사람들이 너도나도 귀를 떼어 던져준다. lend(꾸어주다)라는 단어를 literal interpretation(고지식한 해석)한 pun이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선물로 가져온 멧돼지를 누가 존 왕자의 앞 식탁에 던져주자 로빈이 말한다. “That’s a wild boar.”(멧돼지로구나.)

치안관은 멧돼지가 아니라 존을 가리키며 비웃는다. “That’s a wild bore.”(저 친구 못말리게 따분한 양반이지.)

<어느 박람회장에서 생긴 일(State Fair)>에서 진 크레인의 아버지가 키운 엄청나게 큰 돼지를 보고 이웃 총각이 감탄한다. “Wow, the biggest boar in the world, I’ll bet.”(우와, 세상에서 제일 큰 돼지겠구나.)

총각을 늘 못마땅해하는 진이 쏘아붙인다. “Well, that depends how you spell it.”(글쎄, 철자법에 따라 그 말이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하겠구먼.) 역시 boar-bore 동음어의 짝짓기다. bore라고 쓰면 돼지가 아니라 (따분한) ‘사람’을 뜻한다.

<허드서커 대리인(The Hudsucker Proxy)>의 원제에 나오는 회사명 Hudsucker에서 뒷부분 sucker는, “어수룩하게 잘 속아넘어가는 사람”을 뜻하는 구어체 보통명사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팀 로빈스는 회사가 쫄딱 망해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음모에 따라 앉혀놓은 허수아비(proxy) 사장이다. 하지만 로빈스의 단순한 사고방식 때문에 회사가 떼돈을 번다. sucker(멍청이)가 sucker(빨아들이는 사람) 노릇을 한 셈이다.

야심만만한 민완 여기자 제니퍼 제이슨 리가 허드서커의 이상한 성공을 취재하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비서로 취직한다. 그리고 팀 로빈스는 멋도 모르고 여기자를 사랑하게 되어, 두 사람이 전생에 gazelle(가젤영양)과 ibex(야생 염소)였었다고 상상하다가 이런 말로 비약한다. “Well, at least, can I call you deer?”(글쎄요, 그럼 당신을 ‘사슴’이라고 부르게는 해주겠어요?) deer의 동음어인 dear는 ‘여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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