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전통 계승·민화풍 표현 특색
고구려 벽화의 전통과 민화풍이 어우러진 사신도(四神圖)를 그린 조선시대 벽화묘가 강원도 원주에서 발견됐다.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교하(交河) 노씨(盧氏) 문중이 원주 동화리에 있는 충정공(忠正公) 노회신(盧懷愼·1415~1456년)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석실 안에서 벽화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16일부터 정밀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조선시대 벽화묘가 발견된 것은 경남 밀양 고법리 벽화묘(2000년 발견), 즉 송은(松隱) 박익(朴翊·1332~1398년) 묘에 이어 두번째이다.
이번에 확인된 벽화묘는 1456년(세조 2년) 조성된 무덤이다. 석실 내부의 벽면과 천장에 먹과 붉은색 안료 등을 이용해 그린 사신도(四神圖)와 인물도(人物圖), 성좌도(星座圖)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고구려 시대 벽화에서 늘 보인 사신도가 조선시대묘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삼국시대 벽화의 전통이 조선시대까지 계승됐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남쪽 석실 벽면에 그린 백호(白虎) 그림이다. 이 백호는 전통적인 고구려 벽화와는 사뭇 다른 다소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이는 조선후기 민간에서 크게 유행한 민화(民畵)에서 표현된 익살스러운 호랑이를 연상케 한다. 황인호 학예연구관은 “민화의 시원(始原)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