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삼성전자 ‘안드로이드 OS 동맹’ 계속될까

백인성 기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단기적 변화 없을 것” 전망 우세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뒤 삼성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은 동맹관계다. 둘이 힘을 합쳐 애플에 맞서왔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은 애플과 맞서면서 구글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구글과 애플은 세계적인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갖고 있으나 삼성은 걸음마 단계다. 삼성전자가 구글과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토종 OS ‘바다’는 막대한 투자비에도 불구하고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세계시장 점유율이 1%대에 머물고 있다. 구글이 개방형 전략을 접고 애플과 같은 전략으로 나올 경우 구글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가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은 16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자체 OS도 갖고 있는 데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활용할 수 있다. 휴대폰 사업이 단순히 OS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모토로라 안드로이드 휴대전화기 화면에 구글의 검색 페이지가 떠 있다. 그동안 휴대전화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를 공급해왔던 세계 1위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15일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함에 따라 모바일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뉴욕 | 연합뉴스

모토로라 안드로이드 휴대전화기 화면에 구글의 검색 페이지가 떠 있다. 그동안 휴대전화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를 공급해왔던 세계 1위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15일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함에 따라 모바일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뉴욕 | 연합뉴스

삼성전자도 모토로라 인수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같은 업종을 인수해봐야 시너지 효과가 적다는 판단에 따라 포기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올 2·4분기 휴대전화 판매량이 세계시장의 2.4% 수준으로 미미하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440만대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2000만대에 비하면 상대가 안된다.

구글·삼성전자 ‘안드로이드 OS 동맹’ 계속될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분간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협력이 깨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구글도 삼성과 틀어지면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과 달리 삼성전자 내부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대안으로 준비한 자체 OS ‘바다’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삼성전자 ‘안드로이드 OS 동맹’ 계속될까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바다’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리눅스를 기반으로 제작한 국산 스마트폰 OS다. 하드웨어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휴대전화에 ‘바다’ OS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보급을 시작했다. 최소 5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현재 90%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낮추려면 ‘바다’를 전략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바다’를 키우기 위해 세계 38개국에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앱 개발대회를 진행했다. 총상금 270만달러를 내걸고 마케팅 활동까지 대행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삼성앱스에 올라온 바다용 앱은 3만개에 불과하다. 애플은 50만개 이상의 앱을 갖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5월부터 바다 OS를 얹은 저가형 스마트폰을 내놨지만 판매량은 800만대에 그쳤다. 유럽·미국 시장을 아직 뚫지 못하고 있어서다. 바다 OS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 정도다. ‘바다’를 경쟁업체인 LG전자와 팬택에도 개방해 세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위원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삼성전자는 ‘바다’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며 “하지만 1~2년 안에 구글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를 키우려면 애플리케이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점차 바다 OS 적용 범위를 중·고가 단말기로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체 OS인 바다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산업의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휴대폰 업계가 제조사에서 OS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업체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가전전시회(IFA)에서 ‘바다’의 새 버전을 얹은 스마트폰을 공개하고 시장 반응을 살필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2~3개 모델의 신형 ‘바다폰’도 시중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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