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빠를수록 좋다고요, 헛고생입니다

송현숙 기자

사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영어교육은 빠를수록 좋대’ ‘6~7세 정도에는 아무래도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게 좋아’ ‘영어에 대한 흥미를 길러주려면 영어 캠프에 보내야 돼…’.

온 나라를 휩쓰는 영어광풍에 부모는 불안하고 아이들도 괴롭다. 나는 못했지만 아이에게만큼은 유창한 영어실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부모들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갑을 연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영어사교육 정보를 담은 소책자 ‘아깝다! 영어 헛고생’을 내놓으면서 “부모들 사이에 만연한 통념들 대부분이 진실이 아니며, 부모와 아이들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영어 헛고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아깝다! 영어 헛고생’ 소책자 발간에 맞춰 200만 국민배포운동 출범식을 연 후 책자를 발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아깝다! 영어 헛고생’ 소책자 발간에 맞춰 200만 국민배포운동 출범식을 연 후 책자를 발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승 전 능률교육대표(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홍현주 쑥쑥닷컴영어교육연구소 소장, 서유헌 서울대 의과대학교수 등 전문가 26명의 조언 등을 바탕으로 펴낸 32쪽짜리 소책자에는 영어 사교육에 관한 오해와 대안들이 실렸다. 인터넷(www.noworry.kr)에서 전자책 형태로도 볼 수 있다. 다음은 책자에서 지적한 영어 사교육에 관한 12가지 대표적인 오해.

■ 영어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영어 조기교육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시기’ 가설은 모국어를 배우는 상황에만 적용되는 이론이다. 외국어 학습에 적용해 효과를 봤다는 학문적 증거가 없다. ‘적기교육’이 중요하다.

■ 유아시기에 하루 30분 영어는 필수다

일상에서 영어를 접하고 사용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영어 환경에서 이런 노력은 별 소용이 없다.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은 만 6세 이후부터 집중적으로 발달하며 그 이전에는 뇌 발달이 이뤄지지 않아 언어학습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다.

■6~7세에는 영어 유치원 보내는 게 좋다

6~7세는 우리말을 익히면서 추상적 개념과 사고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이므로 자신의 연령보다 낮은 3~5세 수준의 대화를 영어로 주고받는 영어유치원은 자녀의 지적, 정서적 성장에 오히려 해가 된다.

■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영어 해놓아야

기초 어휘와 파닉스(단어를 읽기 위해 문자와 소리를 연결짓는 것) 등을 익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후의 영어교육을 위해 우리말 독서와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하다.

■ 영어 교육은 영어 전문학원이 좋다

진도만 ‘앞으로’ 계속 나가는 학원보다 아이들의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는 ‘옆으로’ 펼쳐주는 학원이 좋다. 숙제를 많이 내주고 선행학습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영어 전문학원은 조금 앞서는 대신 너무 많은 것을 잃게 한다.

■ ‘엄마표 영어’로 성공하는 아이가 많다

성공사례는 극소수다. 엄마표 영어가 성공하려면 엄마와 아이의 요인 등 여러가지가 맞아야 하는데, 조건을 모두 갖추기는 어렵다. 전략과 방법은 참고하되 수준은 훨씬 낮춰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초·중 때 영어 원서 읽기가 유행이다

우리처럼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환경에서 많은 이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마저도 너무 과열되어 있다. 자신의 실력보다 쉬운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영어 흥미를 길러주려면 캠프 보내야

비싸고 강도 높은 학습프로그램 중심의 캠프는 흥미를 떨어뜨린다.

■ 초등학교 때 1~2년 조기 유학은 필수

외고 입시 변화로 특목고 대비 측면의 이점은 사라졌다. 오히려 조기유학 후 한국 교육을 못 따라가는 사례도 많다.

■ 토익·텝스 미리 해 놓으면 고입·대입 유리

어학원의 전형적인 과장광고다. 외고 등 특목고 입시가 바뀌어서 인증시험 점수가 필요 없다. 응시생 수가 급감하고 있고, 대입에서도 이런 시험이 적용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아주 낮다.

■ 갈수록 회화 등 실용 영어 능력이 중요

우리나라와 같은 영어학습 상황에서는 풍부한 읽기가 바탕이 될 때 말하기나 쓰기 실력이 나아진다.

■ 초·중·고 때 영어는 끝내놓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은 영어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생활하는 능력, 다양한 사람들 속에 섞여서 소통하는 능력 등이다. 진로에 맞춰 필요가 생겼을 때 집중적으로 노력하면 영어능력을 더 효과적으로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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