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

이지선 기자

정면돌파 의지… 친이계·중진들 교통정리 ‘기회’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60)이 정치적 고비에 처했다. 비대위 출범 20여일 만에 당을 뿌리째 흔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로서는 쇄신과 물갈이 필요성이 더 부각되는 국면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9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힐 것이고 또 앞으로도 과거 잘못된 부분이 나오더라도 다 털고 갈 것”이라며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의 결론은 “검찰이 모든 부분을 성역 없이 수사해달라”였다. 황영철 대변인(47)은 “논의 중 박 위원장이 평소답지 않게 목소리가 커지고 강한 톤으로 들린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회의에서 “(2006년 당시) 참회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신뢰를 회복했는데 당헌·당규가 있으면 뭐하나. 실천이 문제”라며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아 기강이 흔들려서 오늘의 당이 왔다. 칼같이(명확하게 잘) 했으면 한나라당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당 해체, 재창당 논의가 불거졌지만 박 위원장은 일단 “여기에 발목이 잡혀서 우리의 쇄신을 멈추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비대위 중심의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문제는 ‘해결책’과 ‘시간’이다. “박 위원장이 강수를 던지긴 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쇄신책을 내기 쉽지 않다”(한 친박 의원)는 얘기다. 4월 총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도 박 위원장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외려 박 위원장에게 이번 돈 봉투사건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08년 이후 주도권을 쥐었던 친이계와 당 중진들의 반발을 자연스럽게 교통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 활동을 두고 친이계의 조직적 반발이 일고, 물갈이론도 논란에 휩싸일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면돌파가 불가피하면서도, 향후의 정치적 선택지는 박 위원장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 친박계 관계자는 “우리로서 고민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폭이 넓어진 셈”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돈봉투 사건이 대체로 친이계 독주시대의 잔상이라는 점에서, 박 위원장의 정면돌파가 쇄신의 칼자루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