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진영아 사퇴 두고 “그걸로 됐다”… 밀실·부실 인사 논란

이지선·강병한 기자

비판 커지는 인사 스타일… “엘리자베스 여왕 같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60)은 2일 진영아 공직자후보추천위원이 전날 허위 경력과 거짓말 논란으로 사퇴한 것을 두고 “그걸로 일단락이 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공천위원 임명장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공천위원들도 여러 말이 나온다는 물음에 “(진 위원이) 자진해서 당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했다. 사퇴했는데 자꾸 토를 달고 이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제 이걸로 마무리가 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진 위원을 뺀 공천위원 10명에게 임명장을 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정말 국민이 원하는 인물을 공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천은 화룡점정의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2일 국회에서 공직후보추천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2일 국회에서 공직후보추천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비대위 회의에선 진 위원 사퇴 문제가 거론됐다. 한 비대위원은 여성·교육 몫의 진 위원이 빠졌으니 1명을 더 채워 공천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비대위원은 “그 정도 논의만 있고 바로 당명 개정으로 화제가 전환됐지만 만약 토론이 계속됐으면 진 위원을 누가 추천했는지, 사과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논란이 나왔을 것”이라며 “모두 논의를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과 비대위가 논란을 봉합한 셈이다.

당은 종일 술렁거렸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인 서병문 공천위원(68)은 당 재정위원 출신이고,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경제살리기특위 특보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서 위원은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고 중소기업이 어려워 중소기업 대표로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배포한 소개 자료엔 이런 정치 경력은 없다. 또 다른 위원은 과거 속했던 조직에서 돈 문제, 직원들과의 불화 등에 휩싸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이런 공천위가 하는 공천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느냐”며 “공천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박근혜 인사스타일’을 두고 당 안팎의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공천위원 발표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비대위는 ‘촉새’가 나불거려가지고…”라며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을 거니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비대위원 인선이 발표 전날 유출됐던 일을 언급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당시 측근에게 정보유출자를 알아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철통 보안을 강조하는 박 위원장의 인사스타일은 ‘촉새’가 나서 인사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 측근은 “사람 일인 만큼 말이 퍼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밀실 인사’ 후유증과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 의원은 “박 위원장이 보안을 강조하면서 주변의 몇몇 인사들하고만 논의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며 “아주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식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인선이 내각 인선이었다고 생각해 봐라. 회심의 인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많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공천위 인선파동을 보니 이 정부 초기 인사파동이 연상된다”며 “그냥 가다가는 누구보다 인사권자에게 치명적일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적었다.

한 쇄신파 의원은 “박 위원장을 보면 ‘나의 생각을 알게 하지 말라’고 했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폐쇄성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첫 회의에서 ‘회의를 모두 공개하자’ ‘인터넷 생중계를 하자’는 비대위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의는 박 위원장의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된다. 당내에선 오래전부터 우려했던 박근혜 인사의 단면이 나왔다는 시각도 많다. ‘자기 기준’을 고집하는 폐쇄성과 좁은 인재풀, 제한된 조언·자문 그룹을 지칭한 것이다.

친박계도 의견이 갈린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이 장관 인사청문회하듯 모든 걸 다 뒤져서 검증할 수는 없다”며 “꼬투리 잡아서 흔들기 시작하면 싸우자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몇몇 인사가 사람 찾는 일을 독점하고 자기 사람 밀어넣는 식으로 인사해서는 안된다. 누가 추천했는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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