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인물탐구

(4) 성격·기질·유머 - 문재인

김진우 기자

“신중·원칙·엄격함이 몸에 밴 신사”

산행 안내 땐 하루 전 답사 꼼꼼함도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갑작스러운 증오와 분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안고 가야 하는데, 감정 노출 없이 감당하더라고요. 단단한 자존심이 바탕이 안됐다면 동요 없이 그 일을 치러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부인 김정숙씨가 지난 9월10일 자신의 책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문 후보는 스스로를 “내성적이고, 신중하고, 잘 참는 편”이라고 한다. 김씨는 이를 ‘단단함’이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를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 후보 기질은 감성보다 이성의 영역이 훨씬 크다. 감정을 이성으로 억제하고 안으로 쌓아두는 경향도 엿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야생마 같은 열혈남아의 이미지”라면 문 후보는 “신중, 절제, 원칙이 몸에 밴 신사의 이미지가 있었다”(조국 서울대 교수)는 평도 나온다.

지난 1월9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문재인 후보(가운데).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1월9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문재인 후보(가운데).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런 기질은 변호사 특유의 치밀함과 맞물려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스스로도 단점을 “완벽주의 같은 게 있어서 자신을 혹사시킨다”고 했다. 대충 넘기지 못하고, 노심초사하는 유형으로도 볼 수 있다. <만화 문재인>의 저자 백무현 화백은 “문 후보의 군대 동기들을 취재했는데, 모두들 문 후보를 깔끔한 완벽주의자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변호사 시절 동의대 사건 등 굵직굵직한 시국사건을 맡았다. 변론에 따라 피고인들 운명이 갈리는 만큼 철두철미한 준비는 당연했다.

그런 성격 때문에 청와대 재직 시 그의 업무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 과정에서 잇몸병이 생겨 치아를 10개나 빼고 인공치아를 심었다. “반평생 변론서를 꼼꼼하게 작성하던 버릇이 있어, 보고서든 자료든 구석구석 읽어보고 토씨까지 자신의 스타일대로 고쳐야 안심한다”는 게 문 후보 측 설명이다.

꼼꼼한 성격을 보여주는 다른 일화도 있다. “변호사 시절 문 후보는 산행 안내를 맡으면 하루 전날 미리 답사를 했다. 코스는 적정한지, 어떤 꽃이 피었고 어떤 나무들이 있는지, 그리고 내려와 쉴 만한 곳은 마땅한지를 꼼꼼히 살폈다.” 설동일 부산 혁신과통합 상임대표의 증언이다.

동시에 융통성이 없다고 할 정도로 원칙을 중시해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아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라고도 했다. “어떤 때는 답답하기도 하다”(김정숙씨)는 핀잔 섞인 얘기도 듣는다.

완벽주의와 원칙주의가 결합된 성정은 엄격함으로도 나타났다. 설동일 대표는 “문 후보는 맺고 끊는 것이 아주 분명했다. 본인 관리에도 엄격했다”며 “잘 모르는 사람에게선 ‘냉정하다’는 오해를 살 정도였다”고 전했다. 청와대 재직 시절 동창회나 친구 모임은 물론 친·인척 모임에도 잘 안 나갔다. 모교에서 상을 준다는 연락이 왔지만 가지 않았고, 모교와 동문회에서 너무 서운해하며 다시 연락해오자 상패만 받고 바로 왔다.

이런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품성이 온화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차정인 부산대 교수)는 평도 받는다. 다만 원칙에 어긋나는 ‘반칙’에 대해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부산·경남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문 후보와 같이 활동한 차 교수는 “당시 공안부장이 무리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우리 요구에 영장청구를 안 하겠다고 해놓고 우리를 따돌리고 영장을 청구했다”며 “화내는 모습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캠프 관계자는 “청와대 재직 시 정책 이견으로 ‘사퇴하겠다’고 한 장관에게 ‘그러면 사퇴하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단함’의 반작용처럼 내면에선 낭만적 기질에 대한 동경도 엿보인다. 문 후보 공식 홈페이지 ‘궁금타파’(일문일답)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문 후보는 ‘행복’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라고 했다. 이상형으로 다산 정약용을 꼽았다. “다산처럼 자유로운 정신, 얽매이지 않는 정신을 꿈꾼다”고 했다. 네팔·인도 트레킹 여행과 실크로드 여행을 훌쩍 떠난 건 그런 동경의 현실화였다.

‘눈물’도 단단함의 이면이다. 그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얘기를 듣고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본 뒤 눈물을 보였다. 조국 교수는 “가슴속 깊이 뜨거움이 없는 사람이 어찌 폭압적 유신독재에 맞서 싸울 수 있었겠는가”라고 했다.

하지만 대체로 ‘냉철한 이성형 인간’으로 보이는 문 후보의 모습은 정치인으로서 호소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스스로 “유머감각이 없다”고 한다. 몸치에 노래도 ‘젬병’이다. 대신 ‘노력형’이다. 4·11 총선 당시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문 후보는 혼자 연습을 하다가 포기상태로 돌아섰는데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본 자원봉사자들이 웃고 있었다. 모른 척하고 나간 현장. “음악과 몸은 정확히 두 박자씩 엇나갔지만 서툴러서 더 재미있었다.”(<문재인이 드립니다>-중에서)

[대선 후보 인물탐구](4) 성격·기질·유머 -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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