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인물탐구

(4) 성격·기질·유머 - 박근혜

이지선 기자

“권력 중심·뒤안길서 절제·겸손 배워”

약속·신뢰 가장 중시, 배신에는 질색

“박근혜 후보님이 단 한번 일탈할 기회가 없었다는 게 안타까워요. 후보님과 폭탄주하고 나이트 가서 춤추고 싶어요. 그러면 제가 망가지는 걸 좀 가르쳐 드리고 싶어요. 좀 자기의 삶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하루를 드리고 싶어요.”

새누리당이 만든 박근혜 대선 후보 홍보 동영상에서 비례대표 강은희 의원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렇듯 박 후보를 보면 일탈 한번 하지 않을 것 같은 모범생 내지 ‘바른생활 소녀’가 떠오른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TV토론 ‘국민면접 박근혜’에 패널로 출연한 정진홍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박 후보가) 화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정말 그런 불미스러운 때가 있을 때, 모 교수의 생식기 이야기나 이상한 그림도 나오는데 화 안나나. 화를 한번도 안 내고 반응을 안 하니까. 어느 영화감독이 말하길 ‘집권하면 다 잡아버릴 거야’라는 거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 말에도 허리를 숙여가며 크게 웃기만 했다.

지난 1월2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근혜 후보(왼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1월2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근혜 후보(왼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 후보 성격은 어린 시절을 청와대라는 권력 핵심부에서 보내면서 형성된 측면이 크다. 박 후보 홍보 동영상에서 친구들은 그를 두고 “겸손하고 절제했다”거나 “감정이 슬플 때도 평정심을 찾고 있다”고 기억했다. 박 후보 본인도 “나는 첫째로서 의무와 책임을 느끼면서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자랐다”(자서전)고 말한다.

어머니·아버지를 잇따라 잃으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경험한 박 후보에게 절제의 심리는 청와대에서 나온 뒤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은둔 18년’ 동안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자서전에 이렇게 적었다.

“청와대 시절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왜 그토록 겸손 또 겸손하라고 당부하셨는지를 나는 신당동에 돌아와서야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권력 중심부, 청와대라는 공간으로부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했다.”

이는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는 박 후보 성격의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권력의 쓴맛, 뒤돌아 멀어져간 사람들을 지켜본 박 후보로서는 약속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배신에는 질색한다. 1981년 8월14일 일기에서 박 후보는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슬프고 우울하게 만든다. 아예 처음부터 마음을 달리 먹고 배신을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진정으로 충성을 맹세했지만 어차피 약한 인간이기에 차츰차츰 권세와 명예와 돈을 따라 마음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고 적었다. 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청와대에서 나온 뒤부터 계속 각종 감시에 시달렸고 아버지 주변 측근들이 떠나가는 배신을 경험했다”며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서울 삼성동 자택에 사람을 붙여 놓고 약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체크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여러 사안에 보안을 지키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따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눠 대하거나, 자신의 기준을 벗어날 경우엔 용납하지 않는 냉정함을 보인다는 증언도 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경우 박 후보로부터 이른바 ‘레이저 광선’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주변 인사들로부터 종종 들을 수 있다. 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볼 때는 정말 어디다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했다.

2007년 경선 캠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한 인사는 “박 후보를 해석하는 코드는 ‘역린’이다. 역린을 건드리면 그날로 아웃”이라며 “박 후보 성정상 일단 믿기로 한 사람은 여러 번 기회를 주지만 정말 안되겠다 싶으면 가차없이 아웃시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의 ‘로비’ 발언도 박 후보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역린’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만든 경제민주화 공약을 박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재벌들의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박 후보의 김 위원장에 대한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박 후보지만 정작 자신은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박 후보에게서 ‘소녀 취향’을 왕왕 읽을 수 있다. 이정현 선대위 공보단장은 지난해 펴낸 자서전에서 취미가 산책인 박 후보와 함께 걷던 중에 했던 대화를 소개한다.

“하루는 산책을 하다가 (박 후보가) 토끼풀을 보고 내게 물었다. ‘네잎 클로버 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행운 아닙니까’ 했더니, 곧이어 ‘그럼 세잎 클로버는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모르겠는데요’하니까 ‘행복이라고 한대요. 사람들은 지천에 널려 있는 행복을 짓밟아 가면서 없는 행운을 찾느라고 귀한 시간을 허비한다고 해요.’ ”

박 후보는 분위기를 풀어 보려고 ‘썰렁 유머’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못 먹는 게 뭔지 아세요. 점심, 저녁” “새우와 고래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새우는 깡이고 고래는 밥이고” 같은 식이다. 애써 학습한 듯 어색하기도 하지만 단정한 박 후보의 유머는 꽤 효과를 발휘한다는 평을 듣는다.

[대선 후보 인물탐구](4) 성격·기질·유머 -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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