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 사상 처음… 벨기에 육상 가문 3형제 나란히 1600m 계주 결선에

모스크바 | 양승남 기자

벨기에 육상 가문의 보를레 3형제가 나란히 1600m(4×400m) 계주 주자로 나서 팀을 결선으로 이끌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3형제가 같은 종목에 출전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쌍둥이 형제에 이번엔 막내까지 가세했다. 조너선과 케빈(이상 25), 그리고 딜런 보를레(21)는 16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1600m 계주 준결승에서 안토인 길레트와 함께 팀을 이뤄 3분00초81을 기록, 5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조너선, 케빈은 벨기에의 유명한 쌍둥이 육상 선수다. 둘은 지난 12일 400m 준결승에 출전해 희비가 엇갈렸지만 막내 동생까지 합세한 이날 계주에서는 결선에까지 올라 기쁨을 함께했다. 400m 준결승에서는 5분 먼저 태어난 형 조너선이 44초78로 결승에 올랐지만 동생 케빈은 45초03에 머물며 9위로 탈락했다.

딜런 보를레, 안토인 길레트, 케빈 보를레, 조너선 보를레(왼쪽부터)가 16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600m 계주 준결승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나단과 케빈은 쌍둥이로 조나단이 형이며, 딜런은 막내동생이다. | 보를레 가족 페이스북

딜런 보를레, 안토인 길레트, 케빈 보를레, 조너선 보를레(왼쪽부터)가 16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600m 계주 준결승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나단과 케빈은 쌍둥이로 조나단이 형이며, 딜런은 막내동생이다. | 보를레 가족 페이스북

쌍둥이 형제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나란히 출전해 한국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쌍둥이 형제는 1600m 계주에 다른 2명의 동료와 함께 나서 벨기에를 5위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처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막내 딜런까지 계주 주자로 가세해 결선행이라는 성과를 냈다. 벨기에는 길레트가 먼저 첫 주자로 출발해 5위로 처졌으나 조너선이 2번 주자로 나와 3위로 순위를 끌어올린 뒤, 막내 동생 딜런과 케빈이 이어 달린 끝에 조 3위를 지켜냈다.

형들을 따라 같은 종목을 선택한 막내 딜런은 올 시즌 400m에서 45초80의 개인 최고기록을 내며 국가대표에 가세했다. 꿈에 그리던 세계선수권에서 쌍둥이 큰형이 전달해준 바통을 받아 질주했고 작은형 케빈에게 무사히 바통을 넘겨주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보를레 집안은 육상 가문이다. 누나인 올리비아 보를레(27) 역시 세계를 주름잡은 스프린터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1600m 계주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고, 그보다 앞선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자녀들에게 우월한 ‘달리기 유전자’를 물려준 아버지 자크 보를레(56) 역시 벨기에 육상 스타다. 100m·200m·400m 선수로 뛰면서 벨기에 대회를 8번이나 석권했고, 1983년 유럽 실내선수권대회 200m 은메달을 따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크가 아들 3명을 지도하고 있는 코치라는 점이다. 그는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도 출전해 이곳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달렸다.

33년이 흐른 지금, 그때 그 경기장에서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에 오른 세 아들을 바라보는 감회는 특별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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