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유학파 통화정책 실무자 7명이 주제별로 풀어주는 ‘화폐 사용설명서’

김종목 기자

▲ 화폐 이야기…송인창 외 부키 | 416쪽 | 1만5800원

돈은 삶의 중요한 수단이자 때로는 목적이 되기도 하지만, 막상 돈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더구나 이자율, 환율, 통화정책 등 추상화된 돈의 흐름에 대해서는 자칫 까막눈이 되기 쉽다.

이 책은 화폐의 역사와 역할을 꼼꼼히 짚어주는 자상한 설명서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를 역임한 송인창씨를 비롯한 7명의 저자는 모두 기획재정부 공무원이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재부 국제금융국에서 함께 일했고, 누구보다 화폐와 환율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하다. 비슷한 시기에 파견근무 혹은 유학차 런던에 머물던 이들은 2012년 화폐에 관해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해 공부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책과 삶]유학파 통화정책 실무자 7명이 주제별로 풀어주는 ‘화폐 사용설명서’

<화폐 이야기>는 화폐의 역사(1장), 지폐의 홀로서기(2장), 금융업의 발자취(3장), 영란은행의 역사(4장), 기축통화(5장), 애덤 스미스(6장)와 존 케인스(7장)의 화폐에 대한 생각을 차례로 설명한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발명품 중 하나인 화폐는 물물교환에서 시작해 생필품 화폐, 상품화폐와 금속화폐를 거쳐 지폐, 신용화폐로 진화했다. 특히 금과 같은 금속화폐가 지폐로 옮겨가는 변천과정이 중요한데 이는 지폐, 신용화폐의 불안정성 때문에 금 본위제로의 회귀가 늘 회자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주범으로 몰리는 금융업의 역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문명의 고리대금업에서 시작해 근대의 메디치은행, 19세기 금용제국을 이룬 로스차일드 가문, 미국 금융제도와 금융산업의 설계자인 JP모건으로 이어져 온다. 그중에서도 319년의 역사를 가진 영란은행은 오늘날 화폐 및 금융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의 효시다. 민간은행으로 출범한 영란은행은 세계 최초의 기축통화인 파운드화를 관리하고, 당시 국제통화제도인 금 본위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역할을 수행했다. 파운드와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은 국제통화체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저자들이 화폐에 주목한 것은 “화폐의 본질은 신뢰”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서다. 환율전쟁이니 통화전쟁이니 하면서 화폐를 마치 경제무기처럼 다루는 시각이 난무하는가 하면,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조차 화폐의 움직임을 모르거나 화폐에 무관심한 형편이다. 화폐를 정확히 알 때만 화폐가 할 수 없는 일을 무리하게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과욕을 경계하고 신뢰성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책이 제시하는 지도에 따라 화폐를 공부하다보면,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일시적인 양적 완화정책을 시행해 화폐를 남발하는 게 더 큰 불행을 불러온다는 점, 환율은 경제현상의 결과이지 본질이 아닌 만큼 환율 조정으로 근원적인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 유로화 위기에서 보듯 고정환율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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