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껫으로의 ‘황혼 여행’… 그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푸껫(태국)|박용하 기자

황혼의 노부부에게 겨울은 고단한 계절이다. 매서운 칼바람은 산책의 즐거움을 앗아가고, 감기라도 얻으면 꼬박 며칠은 고생해야 한다. 앙상한 나무가 눈앞을 막아서는 싸늘한 계절. 지난 여름의 햇살이 그리워진다.

11월에 떠나는 푸껫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푸껫은 한국과 시차가 불과 2시간이다. 하지만 11월의 계절은 겨울에서 여름으로 순식간에 뒤바뀐다. 코발트빛 바다에는 따뜻한 햇볕이 쏟아지고, 거리에 흘러드는 음악은 초겨울의 ‘여름 휴가’를 만끽케 한다.

푸껫에는 의료관광객들을 위한 첨단시설의 병원, 각종 마사지 시설도 즐비하다. 추위를 피하고 건강을 챙기는 1석2조의 여행이 가능하다. 푸껫이 황혼 여행의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는 이유다.

푸껫 ‘나카아일랜드 리조트’를 들른 여행객이 해먹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 박용하 기자

푸껫 ‘나카아일랜드 리조트’를 들른 여행객이 해먹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 박용하 기자

■ 황혼의 여행, 건강부터 챙겨야

젊은이들은 먼저 바다로 뛰어들어도, 황혼의 여행객들은 병원부터 챙겨야 한다. 이역만리에서 건강이 악화된다면 여행은 오히려 ‘독’이다. 적절한 의료시설의 여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푸껫타운에 위치한 ‘푸껫-방콕병원’은 독특하게도 5성급 리조트를 닮아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병원같지 않은 깔끔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1인용 병실도 마찬가지다. 햇살이 쏟아지는 창밖으로 푸껫의 시원한 정취가 펼쳐진다. 고급스런 실내 디자인은 호텔 스위트룸을 떠올리게 한다. 병원 분위기도 사람이 가득해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국내 종합병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과도한 업무에 지쳐 불친절한 직원들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푸껫에서 이같은 병원을 찾을 수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태국의 관광지는 우리에게 신혼여행의 대명사지만, 정작 이들 외래관광객의 40%는 치료가 목적이다. 태국 정부는 의료관광 진흥을 위해 각지에 관련 시설을 확충, 연간 156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의료관광에선 우리보다 선진국인 셈이다.

푸껫의 병원들은 임플란트·심장 수술 등의 비용이 미국 대비 4분의 1수준이다. 실력도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다. 국제의료기관 평가(JCI) 등 대외적인 신뢰도를 얻었고, 트랜스젠더들의 수술 수요가 많아 성형미용 기술은 세계적이다. 푸껫-방콕병원에는 최근 대규모 안티에이징 센터가 조성돼 중장년층 관광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간단한 건강검진, 안티에이징 서비스를 이용한 뒤 여행에 나서는 관광객들이 많다.

푸껫-방콕병원의 로비 모습. | 박용하 기자

푸껫-방콕병원의 로비 모습. | 박용하 기자

푸껫-방콕병원의 병실 모습. | 박용하 기자

푸껫-방콕병원의 병실 모습. | 박용하 기자

■ 마사지의 천국, 푸껫

마사지 역시 황혼 여행객들을 잡아끄는 푸껫의 매력이다. 태국에서 마사지는 허브·명상 등과 함께 전통 의학의 일부로 인식된다. 태국정부의 공인을 받고, 교육 프로그램 지원도 있어 많은 이들이 마사지 기술을 익히고 있다.

태국 전통마시지는 주로 신체 각 부분의 혈도를 자극하거나 근육 등을 잡아당기는 스트레칭으로 구성돼 있다. 기의 원활한 흐름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그 통로들을 조심스레 눌러줌으로써 기가 정체된 부분이 있다면 해소해주는 방식이다. 근육들을 누르고 잡아당겨주는 것은 긴장을 풀어 유연성을 좋게하고, 몸 양쪽의 균형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마사지를 직접 받아보면 생각보다 부드럽다는 점에 먼저 놀라게 된다. 혈을 눌러주고, 관절과 근육을 스트레칭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다. 허리와 머리 등의 혈을 눌러줄 때는 나른하고 시원한 기분이다. 마사지를 받은 뒤엔 깊은 잠을 자고 난 듯 개운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약초로 만든 ‘허브볼’ 마사지는 황혼의 여행객들에게 인기있는 요법이다. 허브볼은 13가지 종류의 약초를 조제해, 그것을 두드려 부수어 천으로 싼 약초뭉치다. 이 허브볼을 찜통으로 따뜻하게 쪄서 마사지에 사용한다. 신진대사를 촉진해 근육통, 타박상, 근육경련 등에 효과가 있다. 또 독특한 향기로 스트레스를 풀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중장년층이 즐겨 찾는다.

푸껫의 고급 마사지점인 ‘수코스파’ 전경 | 박용하 기자

푸껫의 고급 마사지점인 ‘수코스파’ 전경 | 박용하 기자

전통 태국식 마사지를 받고 있는 여행객. | 박용하 기자

전통 태국식 마사지를 받고 있는 여행객. | 박용하 기자

리조트에서 심신의 치유를

푸껫에선 리조트 역시 치유의 장소다. 푸껫 동쪽 ‘아오포 그랜드 마리나’에서 보트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나카아일랜드 리조트’가 대표적이다. 이곳에 출입하는 관광객들은 먼저 커다란 징을 치고 입장한다. 보이지 않는 용이 부정한 기운으로부터 손님들을 지켜준다는 의미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동양최대를 자랑하는 스파 시설이다. 중국·인도·태국·인도네시아의 4개국 스타일 스파 센터를 갖추고 있다. 근무하는 스파테라피스트만 80명이 넘는다. 스파를 즐긴 뒤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유기농 식사까지 맛보면 말 그대로 ‘건강을 생각하는’ 휴양을 할 수 있다.

이 곳 리조트에는 태국의 전통가옥 모습을 본 딴 67개의 방갈로가 조성돼 있다. 이 중 24개의 방갈로는 탁 트인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각 방갈로마다 스팀 사우나 기능을 갖춘 오픈에어 욕실을 갖추고 있으며, 정원에는 약초와 오가닉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공용 시설도 다양하다. 푸껫섬을 바라보며 바다와 맞닿은 공용풀은 보는 각도에 따라 ‘물의 세계’에 떠 있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다 앞 야자수에 멋드러지게 걸린 해먹은 보는 이들에게 그윽한 여유를 선사한다.

‘나카아일랜드 리조트’의 방갈로 내부 모습 | 박용하 기자

‘나카아일랜드 리조트’의 방갈로 내부 모습 | 박용하 기자

‘나카아일랜드 리조트’의 풀 배드 | 박용하 기자

‘나카아일랜드 리조트’의 풀 배드 | 박용하 기자

푸껫의 또다른 리조트인 ‘코코넛 아일랜드 빌리지’의 야경 | 박용하 기자

푸껫의 또다른 리조트인 ‘코코넛 아일랜드 빌리지’의 야경 | 박용하 기자

■ 푸껫의 즐길거리

푸껫의 여러 곳에서 활력을 얻었다면 남은 기간은 볼거리를 둘러볼 차례다. 푸껫은 라차섬, 피피섬, 팡아만 등 그림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여러 관광지들로 유명하다. 특히 11월부터 4월까지는 쾌청한 날씨가 지속돼 에메랄드 빛 바다를 만끽할 기회가 많다.

라차섬은 바다가 아름다운 대표적인 명소다. 푸껫 남동쪽 ‘찰롱’ 항구에서 배로 약 1시간30분(스피드보트로 30분) 가면 만날 수 있다. 깨끗한 바닷물, 밀가루처럼 곱고 하얀 모래사장이 특징이다. 바닥까지 훤히 보이기 때문에 모래 속에 묻힌 각양각색의 산호 조각을 주워보는 재미가 있다.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라차섬은 스노클링 등 해양레포츠도 유명하다. 젊은이들은 바다 속에 얼굴을 들이민 채 형형색색의 열대물고기들과 헤엄을 치고, 황혼의 여행객은 배를 몰며 트롤링이나 줄 낚시 삼매경에 빠진다. 몇몇 강태공들은 중자 이상의 다랑어를 낚을때도 있다. 배 위에서 회를 떠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라차섬으로 향하는 길에 이용할 수 있는 ‘럭셔리 요트투어’ | 박용하 기자

라차섬으로 향하는 길에 이용할 수 있는 ‘럭셔리 요트투어’ | 박용하 기자

라차섬의 해변 풍경 | 박용하 기자

라차섬의 해변 풍경 | 박용하 기자

라차섬을 오가는 배들의 모습 | 박용하 기자

라차섬을 오가는 배들의 모습 | 박용하 기자

밤이 되면 푸껫 본섬으로 돌아와 ‘빠통’ 거리를 둘러보자.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대표적 번화가다. 댄스클럽, 트랜스젠더 전용 술집 등이 즐비해 젊은이들이 그야말로 ‘불밤’을 즐기기 좋다.

하지만 밤 문화 역시 젊은이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야자수가 흐드러진 술집에서 한적한 저녁을 즐기는 노부부들의 모습은 푸껫의 여유를 느끼게 하는 정겨운 풍경이다. 일군의 브라스 밴드가 하와이언풍의 음악을 연주해보이면, 황혼의 러시아 부부들이 젊은이 못지않은 춤 사위를 선보인다. 11월의 중순, ‘힐링의 섬’ 푸껫에서 이들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바통거리에서 볼 수 있는 바. 태국 특유의 소규모 제단을 볼 수 있다. | 박용하 기자

바통거리에서 볼 수 있는 바. 태국 특유의 소규모 제단을 볼 수 있다. | 박용하 기자

▲ 길잡이

■ 인천에서 푸껫까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직항으로 운행하며, 타이항공은 주 5회 직항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6시간 내외다. 이밖에 태국 방콕을 경유해 푸껫까지 가는 방법도 보편화돼 있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의 도시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 최근 국내 여행사들은 액티브 시니어 계층을 위한 여행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여행사 ‘씨엔조이투어’가 선보인 ‘힐렉스(HEALAX)’ 상품도 그 중 하나다. 짧게는 6일에서 길게는 한달 이상 머물며 헬스케어, 관광, 마사지, 레포츠 등을 즐길 수 있다. 장기 투숙인 만큼, 집과 같이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는 ‘세컨 하우스’ 개념의 숙소가 제공되며, 고급 요트를 타고 푸껫 인근의 여러 섬들을 둘러보는 여행도 가능하다. 상품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씨엔조이투어 홈페이지(www.seeenjoy.com 혹은 www.healax.c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