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유 킵', 묵직한 질문 던지는 레드포드의 스릴러

박은경 기자

남편과 두 아이를 둔 샤론 솔라즈(수잔 새런던)가 미국 연방수사국에 긴급 체포된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샤론은 30년 전 베트남전 반대 단체인 ‘웨더 언더 그라운드’로 활약했다. 과격 시위의 일환으로 은행 강도 사건을 벌이다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수십년 만에 체포된 것이다. 이 사건을 쫓던 지역 신문기자 벤 셰퍼드(샤이아 라보프)는 인권변호사 짐 그랜트(로버트 레드퍼드)가 샤론의 공범이라고 보도한다. 짐 그랜트는 어린 딸을 동생에게 맡기고 도주를 시작한다.

[리뷰]'컴퍼니 유 킵', 묵직한 질문 던지는 레드포드의 스릴러

<컴퍼니 유 킵>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반전 운동 세대를 조명한다. 폭력과 관계없는 삶을 살다 어쩔 수 없이 거리로 쏟아졌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의 제작·연출·주연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는 과거 사건보다는 운동가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고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춘다.

“정부가 대학살을 하는데 보고만 있는 게 폭력”이라던 샤론 솔라즈는 죽은 사람에 대한 죄책감으로 30년을 지옥처럼 산다. 짐 그랜트는 무료 변론을 도맡는 선량한 시민이지만 30년 전 일 때문에 도망자 신세가 된다.

연출 데뷔작 <보통사람들>(1980)로 이듬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레드포드는 주로 묵직한 메시지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실화를 토대로 한 <퀴즈 쇼>(1995)는 진실과 허위의 대결을, 링컨 대통령의 암살을 소재로 한 <음모자>(2010)는 ‘법의 지배’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컴퍼니 유 킵>의 주인공들에 대해 레드포드는 “<레미제라블>에서 빵 하나 훔치고 19년간 복역한 장발장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고통에 시달리는 그들이 변할 것인가 변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흥미롭게 풀고 싶었다”고 했다.

짐 그랜트는 과거와의 고리를 끊기 위해, 그 열쇠를 쥐고 있는 미미 로리(줄리 크리스티)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그랜트의 도주 과정과 그랜트의 과거 사연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77세의 레드포드의 도주는 ‘007’이나 ‘제이슨 본’처럼 빠르지 않지만, 긴박감과 흥미는 이에 못지않다.

변할 것인가 변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몇 가지 장면에 집중하면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가족까지 저버리고 소신을 다했던 짐과 미미는 다시 만나는 장면이다. “정치가와 기업인들이 자신의 죄를 시인하는 날, 나도 자수하겠다”는 미미의 말에서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현재가 보인다. 벤이 샤론을 면회하는 장면도 눈여겨 봐야한다. 30년간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던 샤론은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하겠다. 옳은 일이었으니까”라고 말한다. “내 말을 들어줘서 고맙다”는 그녀의 마지막 말은 “내 말을 들어달라”는 어떤 메시지처럼 이해된다.

<컴퍼니 유 킵>은 레드포드의 최고의 연출작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를 유기적으로 엮어낸, 잘 만들어진 영화임은 확실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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