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야’

박은경 기자

“결혼 코앞인데 왠지 불안해” 예비부부 4쌍 이야기

<결혼전야>(감독 홍지영)는 달콤하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액션이나 스릴러 장르에서는 질과 규모 면에서 끊임없이 발전해왔지만 로맨틱 코미디에선 만족할 만한 작품이 적었던 극장가에서 눈에 띄게 산뜻하다. 이전의 많은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집중했다. <결혼전야>는 결혼을 일주일 앞둔 예비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백년가약을 맺기로 결심했지만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초조함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영화는 이런 심리적 불안을 일컫는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를 보여준다.

사진 | 수필름 제공

사진 | 수필름 제공

<결혼전야>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네 쌍의 예비부부가 등장한다. 야구코치인 태규(김강우)와 비뇨기과 여의사 주영(김효진)은 고교시절 사귀다 헤어진 뒤 다시 만나지만 주영의 이혼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혼이 무산될 위기다. 노총각 꽃집 주인인 건호(마동석)는 우크라이나 미녀 비카(구잘)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어리고 예쁜 신부 앞에서 자꾸 자신감이 없어진다. 네일아티스트 소미(이연희)는 7년간 사귄 스타 요리사 원철(옥택연)과 결혼하기로 한다. 네일아티스트 대회 참가를 위해 제주도에 간 소미는 엉뚱한 여행가이드 경수(주지훈)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리고 하룻밤 사랑으로 임신해 결혼하게 된 이라(고준희)와 대복(이희준)은 너무 다른 종교와 집안 환경 때문에 고민한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밀한 묘사와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소소한 리듬이다. 이들은 혼수 같은 문제들로 다투고 이러다 결혼에 실패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임신 때문에 갑자기 결정했든, 오랜 기간 연애하다 결혼을 결심하든 상대가 천생배필인지 생각하는 건 매한가지다. “결혼 전에도 이러는데 결혼하면 어떻겠어”,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살아”하는 식의 고민이 영화에 잘 묘사된다. 이미 결혼했거나 결혼을 앞둔 관객들을 공감하게 한다.

불안은 길지 않고 심각하게 이어지지도 않는다. 남성기능이 저하돼 걱정하는 마동석의 코믹 연기와 김강우의 소심한 모습이 주는 웃음이 경쾌한 리듬을 형성한다. 이미도, 김광규 같은 조연들의 활약도 재미있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다양하다 보니 꽃, 음식, 네일아트 같은 소재가 눈을 즐겁게 한다. 예비부부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신혼집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결혼을 앞둔 남녀의 이야기인 만큼 성적인 대사도 자주 등장하는데 거북하지 않게 균형을 잘 맞췄다. 영화는 결국 네 커플이 지닌 문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모든 갈등을 봉합하는 건 서로에 대한 이해라고 강조한다. 여러 로맨틱 코미디에서 반복해온 습관적인 끝맺음 같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의 해결책이 나오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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